<제6회 푸른문학상 ‘미래의 작가상’ 심사 소감>
이 금 이
제6회 푸른문학상 <미래의 작가상> 부문에는 어린이들의 일상을 다룬 생활동화는 물론 판타지, 역사소설, 성장소설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이 응모됐다. 생활동화가 아동청소년문학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예전에 비하면 괄목할만한 성장과 발전이라 할 수 있다. 소재나 주제를 표현하는 방식이 다채로워진 것은 그만큼 동화를 쓰고자 하는 지망생이나 작가들이 부단히, 그리고 치열하게 노력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하지만 작품의 면면을 살펴보면 표현 방식이 다채로움에도 불구하고 소재를 다루는 작가의 시선이나 관점은 여전히 진부함과 식상함의 틀 안에 갇혀 있는 것이 많아 기쁨과 아쉬움을 동시에 느낀 심사였다. 응모자들에게 보다 상세한 정보를 주기 위해 심사평은 응모작의 유형별로 나누어 쓰고자 한다.
<생활동화>
우선 생활동화 응모작을 살펴보면, 주된 소재는 우정, 장애, 부모의 이혼, 집단 따돌림, 학교 폭력 등으로 새로울 것이 없었다. 소재의 진부함을 논하기에 앞서 어린이의 삶을 다루는 동화에서 그들이 놓인 사회의 현상을 반영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겠다. 문제는 소재를 대하는 작가의 시선과 관점이 얼마나 치열하며 그 소재를 성숙하고 통찰력 있는 주제로 승화시켰는가 하는 점이다.
그 가운데 김민의 「선영이, 그리고 인철이의 경우」와 최유정의 「나는 진짜 나일까」가 최종심에 올랐다. 「선영이, 그리고 인철이의 경우」는 부모가 이혼하고 엄마와 둘이 사는 선영이와, 아빠가 재혼하여 새엄마와 이복동생과 사는 인철이를 통해 상처와 갈등을 극복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나는 진짜 나일까」는 아빠의 폭력에 시달리면서 학교 폭력의 가해자로 변해가던 주인공이 상담 선생님의 이해와 관심으로 자존감을 회복해가는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두 작품은 모두 부모의 이혼과 학교 폭력이라는 흔한 소재를 취하고 있는 데다, 교차서술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 방식까지 비슷하여 끝까지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선영이, 그리고 인철이의 경우」는 이야기를 적절하고 세련되게 풀어나가고 있지만 사건이나 주제가 장편이라는 그릇에 걸맞은가의 문제에서 회의를 느끼게 했다. 단편이나 중편에 담아도 넘치지 않는 이야기를 장편으로 쓴 점이 아쉬웠다.
수상작으로 선정된 최유정의 「나는 진짜 나일까」는 다소 투박한 글솜씨지만 인간의 심리를 보편적이면서도 내밀하게 보아낸 통찰력에 높은 점수를 주었다. 반 친구들이나 선생님에게 문제아로 낙인 찍힌 창수는 자신에게 호의를 보이는 전학생 지민에게 자신도 모르는 사이 마음을 열게 된다. 하지만 지민이는 엄마의 강요에 의해 이웃에 사는 우등생 수찬이와 어울리게 되고 그 패거리들이 창수에게 행하는 부당한 짓을 목격하게 된다. 교차서술로 전개되는 이야기는 힘이 있어 속도감 있게 읽히며 묵직한 감동을 느끼게 한다. 또한 이 작가는 이미 지난 해에 <새로운 작가상> 부문의 수상자로 그 역량을 인정받은 바 있어서, 장편을 통해 그 동안 부단히 노력하고 고민했음을 보여주고 있어 미덥다.
<의인화, 판타지 동화>
올해도 많은 의인화 동화와 판타지가 응모됐다. 그런데 전반적으로 의인화 동화나 판타지를 너무 쉽게 생각하고 쓰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의인화의 경우, 그 대상에 대한 공부나 연구도 없이 기본적인 생태조차 제대로 그리지 못하고 지나치게 유아스러운 동화가 많았다. 또 대상에 대한 공부를 충실히 한 경우에도 이야기가 진부하고 기존의 작가들의 이야기를 답습하여 신선함도 재미도 없었다.
판타지의 경우 논리성이 결여된 황당한 작품이 많았다. 아무리 판타지라 하더라도, 아니 판타지일수록 더 현실과 연결고리가 탄탄하고 논리적인 구성이 필요하다. 애초에 황당한 응모작은 논외로 치고, 웬만큼 작품의 요건을 갖춘 경우에도 판타지와 현실을 설득력 있게 연결시키지 못해 예심을 통과하지 못한 작품이 몇 있었다. 판타지를 쓰고자 하는 작가들에게 판타지 장르에 대해 좀 더 깊이 성찰하여 진지하게 접근하라고 권하고 싶다.
<성장소설>
이번에 응모된 성장소설들을 읽으면서 새로운 작품을 만나고 있다는 기쁨보다는 걱정이 앞섰다. 성매매, 가출, 동성애, 근친상간 등 청소년과 관련된 온갖 자극적이고 극단적인 사건의 집합체 같았다. 무엇보다 동성애가 주요 코드로 등장하는 작품이 눈에 띄게 많은 것은, 작가들이 사회현상을 앞서 천착하고 반영한다기보다는 만화나 영화, 드라마 등의 소재를 안이하게 뒤쫓고 있는 것은 아닌가 걱정스러웠다.
그 중에서 오토바이 사고로 병원에 입원한 고등학생과 불치병으로 시한부 삶을 살고 있는 어린 소년과의 우정을 그린 김은정의 「헬로우! 인디언 이삭」이 본심에 올랐다. 자신을 인디언이라 믿으며 얼마 남지 않은 삶을 의연하게 꾸려나가는 이삭의 캐릭터가 매력적이었으나, 정작 청소년인 화자의 역할은 관찰자에 머물러 있으며, 변화나 성장에서 개연성이 떨어지는 점이 흠결이었다. 결국은 삶을 마감하는 이삭의 이야기가 휴먼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감동은 주고 있으나 문학적 완성도 면에서는 부족했다.
<역사소설>
역사소설은 7편이 눈에 띄었다. 이중 5편은 순수한 역사소설이고 나머지 두 편은 역사에 판타지를 결합한 작품이었다. 이 7편은 나름대로 기본기를 갖추었고, 흥미롭게 읽히긴 했지만 대부분 역사적 사실이나 고증에 문제가 많았다.
고려시대 공녀의 이야기를 다룬 「공녀 모란」(강현옥)이나 통일신라시대 석공의 이야기를 그린 「가릉빙가의 노래」(최미희지)같은 경우 시대적 배경의 고증이 많이 미흡했고, 역사적 사실과 허구의 이야기가 제대로 융화되지 않았으며, 무엇보다 강한 흡인력이 부족했다. 6.25 전쟁을 배경으로 한 「독도온눌」(전주배)은 소재도 좋았고 시사성도 있었지만 문장이나 구성이 지나치게 평이하고 진부했다.
역사와 판타지를 결합한 「화랑 선덕」(박현숙)과 「곰배와 불」(이인재)은 나름대로 이야기는 잘 짜여 있으나 역사에 대한 고증이 틀리거나 타당성이 부족한 점이 흠이었고, 현실과 역사를 연결하는 고리 또한 억지스러운 데가 많았다. 역사소설을 쓰고자 하는 이들은 무엇보다 기본적인 역사 공부와 고증부터 철저해 해 주기를 다시 한 번 당부한다.
결국 7편의 역사소설 중 최종심의 대상이 된 작품은 「잊혀진 신화」(정재식)와 「토끼연적」(구화실) 두 편이었다. 단군 시대를 배경으로 한 「잊혀진 신화」는 마치 드라마를 보는 듯 속도감 있게 잘 읽힌다. 그러나 이야기의 근본 갈등에 타당성이 별로 없고, 문학성이 미흡하여 일단 제외되었다. 조선시대 세책방을 소재로 한 「토끼연적」은 순순하게 잘 읽히기는 하나 이야기에 긴장감이 없고 전체적으로 지나치게 소박하여 또한 제외되었다.
응모작의 유형별로 살펴본 바와 같이 다양한 시도를 통한 다양한 가능성이 엿보였으나, 안이하거나 미흡한 접근이 작품의 완성도를 떨어뜨리는 경우가 많아 아쉬웠다. 하지만 이 노력들이 밑거름이 돼 머잖아 문학성과 재미를 갖춘 새로운 작품들이 많이 나오리라 믿는다.
<심사위원>
강숙인(작가)
이금이(작가, 건국대 대학원 동화미디어창작학과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