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전북일보 신춘문예는 뜨거웠다. 특히 오랜 습작기간을 거친 중년의 문학청년들이 많아져 한층 깊어진 서사를 만날 수 있었다.
'2010 전북일보 신춘문예' 예심은 지난 18일 오후 전북일보 편집국에서 진행됐다. 올해 역시 전북일보의 전통을 살려 경종호 기명숙 김재희 김형미 문 신 안성덕 장창영 최기우 황정연씨 등 전북일보 신춘문예 출신 문인들의 모임인 '전북일보 문우회'가 맡았다.
이번 신춘문예에는 4개 분야에 총 1395편(시 807편, 수필 460편, 소설 64편, 동화 64편)이 응모했다.
특히 소설 분야 응모자들의 관심은 다양했다. 다문화가정, 미혼모, 실직, 청년실업 등 우리 사회의 어두운 곳을 바라보는 시선을 더욱 날카롭게 했다. 지난해 미래 사회를 소재로 한 응모작들이 다수 발견되었던 것과 달리 올해는 고대사나 일제강점기·한국전쟁 등 근대사를 배경으로 한 작품들이 여럿 있었다.
몇몇 작품을 제외하고는 참신한 상상력 돋보였으나 삶과 세상에 대한 진술이 미약하고, 이야기를 끌고 가는 힘은 있으나 주제의식이 부족한 작품이 있었다.
글을 쓰는 연령층이 높아지다 보니 오늘날 잘 쓰지 않는 단어나 비문 등을 써 기본 글쓰기 어법에서 벗어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그러나 과거 단어 하나만을 작품 제목으로 내세웠던 것과는 달리 제목만 보고서도 읽고 싶다는 충동을 느낄 만큼 매력적인 제목을 만들어내는 능력들이 뛰어났다.
시는 지난해에 이어 서정시의 강세였다. 그러나 자신의 감정이나 이야기를 시형식으로 옮겨놓는 데 그쳐 서정시의 단점과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주제를 끄집어내려는 과정 없이 관련된 단어만을 나열하는데 그쳐 시적 긴장감이 떨어지거나 감상적 향유에 그치는 경향도 있었다.
시 역시 사회를 떠나 존재할 수 없는 법. 낯익은 소재와 형식으로 가슴을 치는 감동이 없고 치열하지 못하다는 지적은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러나 본심에서는 심사위원들의 탄성을 자아낼 정도로 눈에 띄는 시들이 발견됐다.
수필은 자잘한 일상과 가족 이야기 등 신변잡기적인 글에서는 벗어났지만, 그 이상을 뛰어넘는 작품은 드물었다는 평가다. 여러 가지 소재를 나열하는 정도라 하나의 소재를 힘있게 밀고나가는 힘이 부족했고 전체적으로 산만하다는 인상을 줬다.
특히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김수환 추기경 선종 등 사회적으로 굵직한 이슈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문학적 감수성으로 이어지지 못해 아쉬웠다는 평이다.
무엇보다 지역내 수필 인구가 결코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도내 출신들의 응모가 적어 안타까움으로 남았다.
동화는 '왕따' '죽음' 등으로 소재가 편중됐다. 동화를 읽는 세대들의 고민을 반영한 것이기는 하지만, 40여 편이 거의 비슷하다고 할 정도로 상상력이 빈약했다. 첫 장에서 결론이 다 보일 정도로 긴장감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또한 어린이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 선택이나 긴 문장으로 독해하기가 쉽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신문사가 공지한 단편 분량에 맞추다 보니 글을 성급히 마무리 짓거나 세밀하게 묘사하지 못한 것 같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하지만 참신한 상상력과 문장력을 가진 작품도 있었고, 초등학교 저학년과 고학년용으로 분류할 만큼 독자층을 고려한 세련된 작품도 나왔다. 물론, 심사위원들을 읽는 내내 행복하게 만든 '예쁜 동화'도 있었다.
전북일보 신춘문예 당선자는 2010년 1월 1일 새해 아침 지면을 통해 발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