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아동문학

2010년 전북일보 소설 -심사평

한우리독서토론논술 2010. 1. 4. 21:28

소설 당선작 심사평

캐릭터 설정, 거침없는 서술 매력적

작성 : 2009-12-30 오후 3:45:27 / 수정 : 2009-12-30 오후 3:45:27

전북일보(desk@jjan.kr)

(왼쪽부터) 전상국(소설가·김유정문학촌장)·정영길(소설가·원광대교수)

예심을 거친 작품을 반씩 나누어 읽어 보았다. 이들 작품 가운데 우선 <몸살> <가슴 다이어트> <하늘길> <액땜> <태평원룸 202호> <미륵댕이> <재떨이를 비우는 여자>가 주목의 대상이 되었다. 작품 나름의 광택과 흠결이 있었지만 결함을 보상할 장점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하늘길> <액땜> <재떨이를 비우는 여자>로 압축하였다.

<몸살>은 다소 거칠지만 심연의 상처를 가진 젊은이의 방황과 고뇌를 그린 비유적 언술이 인상적이다. 그러나 서술의 긴장이 부족하고, 소재의 상투성도 흠이라고 할 수 있다. <가슴 다이어트>는 광고회사 직원인 '수아'의 스트레스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쳐 나가지만 단조로운 구성,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서술, 불안한 문장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다. <태평원룸 202호>는 이야기의 박진감은 돋보였으나 서술 전략이 효과적이지 못하였다. 그 결과 '있을 수 있는' 이야기를 '그럴듯하게' 전달하는데 역부족이었다. 화자의 감상적 개입을 자제하여 독자가 심리적 거부감을 느끼지 않도록 적정한 거리를 확보하면서 주제를 집요하게 파고들었더라면 더 좋은 작품이 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륵댕이>는 좋은 소재에도 불구하고 너무 많은 이야기를 쏟아놓아 서사의 일관성을 훼손한 것이 큰 흠이라고 할 수 있다. 단편소설은 무엇보다 단일한 시츄에이션을 지향해야 한다. 그래야 효과적이다. 이야기의 초점을 모았더라면 토속적 소재가 가진 장점이 잘 드러났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재떨이를 비우는 여자>는 자칫 사소할 수 있는 사랑의 밑그림을 곡진하게 보여주는 좋은 작품이다. 그러나 과불급(過不及)이랄까, 그 원숙함이 오히려 단점으로 작용하여 내면화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최종적으로 <하늘길>과 <액땜> 두 작품을 두고 논의한 결과 <액땜>이 가진 강점이 많다는 결론에 다다라 이를 당선작으로 하고 <하늘길>은 차후를 기약하기로 하였다. <하늘길>은 죽은 언니를 생각하며 티벳 고지대 사원을 찾아가는 여행담 형식의 작품이다. 언니의 불행한 일생이 잃어버린 사랑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차분하면서도 깊이 있게 천착한 서술의 밀도도 돋보이고, 사원에서 화자가 언니의 옛 연인을 뒤로하고 돌아서는 결말도 인상적이다. 그러나 객창감을 잘 살리지 못하면 로드픽션이 빠지기 쉬운 함정인, 무의미한 여행 기록이라는 인상을 주기 쉬운데 <하늘길>도 이러한 점 때문에 지루한 감이 없지 않았다. <액땜>은 몸에 신기를 지닌 스무 살 화자가 액땜을 위해 뜻밖의 결혼을 하게 된 내용이다. 그 과정에서 남편과 생부의 운명, 자신의 태생 비밀 등 등장인물들의 타고난 굴레를 모티브로 잘 활용하였다. 이 작품은 무당집은 물론 남편의 서점 분위기도 실감나게 묘사하고 있다. 물론 캐릭터의 설정도 탁월하다. 그네들의 행적을 피력하는 거침없는 서술 태도도 매력적이다. 응모자의 작가적 재능을 담보하는 강점이 많아 당선작으로 결정하는데 의견일치를 보았다. 당선을 축하하며 큰 작가로 대성하길 바란다.

/전상국(소설가·김유정문학촌장) 정영길(소설가·원광대 문예창작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