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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그랬지?」 (장편 당선작 · 조명숙 지음)
신갈나무는 하늘숲에서 제일 오래 되고 커다란 나무입니다. 신갈나무에는 새와 딱정벌레, 다람쥐와 달팽이 들이 깃들여 살고 있습니다. 인자하고 너그러운 신갈나무와 함께 모두 한 식구처럼 살아갑니다. 가끔 심술궂은 어치네 때문에 이런저런 사건들이 생기기는 하지만 하늘숲의 어르신인 신갈나무의 지혜로운 판단으로 하늘숲의 평화가 유지됩니다. 어느 날 신갈나무는 몸을 떨 정도로 심한 가려움 때문에 잠을 설치게 됩니다. 그리고 채 익지 않은 초록 도토리가 싹둑 잘려 나가는 일도 일어납니다. 신갈나무가 병들고, 채 익지 않은 도토리가 떨어지는 일은 하늘숲 식구들에게 큰일입니다. 도토리를 먹이로 하는 다람쥐와 새들의 식량 걱정은 둘째치고라도, 신갈나무는 누구에게나 존경을 받는 하늘숲의 어르신이기 때문입니다. 신갈나무를 가렵게 하고, 초록 도토리를 떨어뜨리는 것은 바로 도토리거위벌레의 짓이라는 것을 달팽이가 밝혀 냅니다. 도토리거위벌레는 초록 도토리 속에 알을 낳고 가지를 잘라 떨어뜨리는데, 신갈나무의 가려움 증은 가지가지를 자를 때 생기는 것입니다. 식량을 지키려는 어치와 다람쥐, 신갈나무를 안쓰러워하는 오목눈이 들은 도토리거위벌레를 물리칠 방법을 찾습니다. 무당벌레가 고양이에게 물어도 보고, 어치 부인이 장수말벌에게 도움도 청해 봤지만 모두 허사였습니다. 더 이상 어떤 방법도 없을 것 같았을 때 오목눈이는 문득 초록 도토리를 멀리 내다버릴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렇게 하는 것이 도토리거위벌레를 물리칠 방법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오목눈이를 비롯한 여러 새들이 가지째 잘린 초록 도토리를 사람이 사는 집 마당에 떨어뜨립니다. 사람은 쓸 데도 없는 초록 도토리를 아궁이에 집어넣습니다. 하늘숲의 어르신인 신갈나무는 도토리거위벌레도 하늘숲의 식구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생각에 다람쥐에게 협상을 부탁합니다. 다람쥐는 얄미운 도토리거위벌레와 결코 협상을 하고 싶지는 않지만 신갈나무의 간곡한부탁을 받아들이기로 합니다.
♣ 1958년 출생, 한국방송대학교 및 부산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석사 졸업 2001년 단편 소설 <헬로우 할로윈>으로 문학사상 신인상 수상 2003년 소설집 《헬로우 할로윈》 출간 2005년 소설집 《나의 얄미운 발렌타인》 출간, 현재 프리랜서 작가
「개흙」(중편 당선작 · 백은영 지음)
단군시절의 영광을 간직하고 있는 섬 갑비고차(현재의 강화도). 이 갑비고차에는 무노와 을부가 살고 있습니다. 둘은 친구사이지만 무노는 어부의 아들이고, 을부는 촌장의 아들이라 다른 사람들 앞에서만은 무노가 을부를 '도련님'이라 부릅니다. 을부에게 어느 날 십제(마한을 통일한 후 백제로 개명) 왕의 편지가 도착합니다. 장차 군장이 될 아이를 한성에 보내 공부를 시키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사실은 갑비고차가 십제와 겨루고 있는 마한국에게 무릎을 꿇을까 봐 을부를 십제의 포로로 삼으려고 보내라는 것입니다. 을부는 무노, 무노 아비와 함께 한성에 갑니다. 무당할미가 제를 올려 받았다는 '개흙'을 마한 왕 몰래 십제 왕에게 전해야 한다는 임무를 띠고서 말입니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한성은 성을 쌓느라고 한창입니다. 을부는 개흙을 십제 왕에게 직접 전하려 하지만 중간에 공사감에게 흙을 빼앗기고, 학당에 갇혀 버리고 맙니다. 을부와 억지로 헤어진 무노는 공사감에게 흙을 되찾으러 갔다가 십제의 태자를 만나게 됩니다. 물론 무노는 그가 누구인지 모른 채 포로를 잡아들이는 십제의 처사에 대해 쓴소리를 합니다. 한편 학당에 갇히다시피 한 을부는 학당에 찾아온 무노와 함께 태자를 만나 개흙을 전하게 됩니다. 그 때 무노는 개흙이 단순한 흙이 아니라 단군이 성을 쌓을 때 사용한 귀한 흙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 흙으로 쌓은 성은 천 년을 간다는 사실도 함께 말입니다.
♣ 1975년 출생, 경희대학교 생명과학부 졸업 2001년 스포츠투데이 신춘문예에 SF소설 〈최초의 시간〉 당선 2002년 서울 애니메이션 센터에서 애니메이션 시나리오 공부 2004년 <어린이책을 만드는 사람들>에서 여는 동화창작교실에서 공부 2005년 전국문화콘텐츠 스토리텔링 공모전 에듀테인먼트 부문(교육용 애니메이션) 당선 2005년 샘터문학상 동화 부문에 〈검은 수첩은 싫어〉 가작 당선 현재, 프리랜서 작가
「국숫집 순이」(단편 당선작 · 천희순 지음)
서울에 사는 나는 방학이 되자 부산으로 왔습니다. 부산 시장 골목, 이모와 외할머니가 함께 하시는 국숫집에서 잔심부름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용돈을 벌 수도 있고, 국수도 실컷 먹을 수 있으니 좋습니다. 엄마에게 듣기를, 이모는 아들 둘을 낳았지만 그 중 하나인 두표와 함께 외할머니와 살고 있습니다. 이모부와 두표의 형은 멀리서 살고 있다고만 하십니다. 그런데 두표에게 서울 구경을 시켜 주려고 간 엄마가 다시 부산에 올 때가 지났는데 오지를 않습니다. 이름이 미순이인 나는 여전히 손님들로부터 '국숫집 순이'라고 불리며 재미있게 지내지만 엄마가 데리러 오지 않는 것이 자꾸 걱정이 됩니다. 할머니 말씀대로 두표와 나를 바꿔 키우려고 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엄마는 딸만 넷을 낳으셨으니까요. 게다가 이모는 엄마가 나를 부산 국숫집에 아주 두고 갔다고 하십니다. 이모의 말을 듣고 울다 지쳐 잠이 든 나는 꿈에서 엄마의 치맛단을 붙듭니다. 그런데 꿈에서 깬 내 눈 앞에 진짜 엄마가 있습니다. 언니가 아닌 나를 위해 엄마가 짠 스웨터와 함께 말입니다.
♣ 1970년 출생 숭의여자대학 문예창작과 졸업, 동덕여자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장애인인터넷신문 <위드뉴스> 취재기자로 활동 현재, 서울동화학교 동인, 동덕여자대학교 어학센터 조교 재직
「순희네 집」(장편 가작 · 유순희 지음)
1980년대 서울의 가난한 변두리 동네에 순희가 살고 있습니다. 순희의 엄마는 병으로 돌아가시고, 늙고 무뚝뚝한 아버지와 순희, 단 둘이 살고 있습니다. 순희의 언니와 오빠들은 공장과 사우디아라비아로 일을 하러 떠났습니다. 순희의 가장 친한 친구는 일곱 평짜리 작은 집입니다. 순희는 집에서 아버지를 기다리며 많은 생각과 상상을 펼쳐 나갑니다. 순희는 다른 집에서 하는 것처럼 색전구로 크리스마스 장식을 하기도 하고, 정훈이라는 아이와의 만남을 통해 첫사랑에 눈을 뜨기도 합니다. 동네 사람들의 삶을 관찰하며 사람에 대한 연민과 사랑을 키워 나갑니다. 그러다가 순희는 새엄마를 맞게 됩니다. 그와 함께 보육원에서 살던 새엄마의 아들, 태양이와도 만나게 됩니다. 순희는 자식을 보육원에 버린 새엄마를 이해하지 못하고, 태양이도 미워합니다. 태양이는 순희에게 엄마를 미워하지 말라고 하며 집을 다시 떠나고, 순희는 그 일을 통해 새엄마의 힘겨운 삶을 조금 이해합니다. 한편, 정훈이를 좋아하는 마음은 깊어지지만 나쁜 친구들과 어울리게 된 정훈이는 친구들 앞에서 순희의 귀에 모래를 넣는 장난을 합니다. 순희는 그로 인해 깊은 상처를 받고, 정훈이는 장미 연립으 로 간다는 말을 남기고 이사를 갑니다. 순희는 다시 정훈이를 그리워하게 되어 장미 연립을 찾아 나서지만 정훈이네 집을 찾을 수는 없었습니다. 그 후 순희네 동네는 재개발이 되어 이웃들은 떠나고, 순희네도 새 아파트로 이사를 가게 됩니다. 얼마 후 순희는 철거되고 있는 옛 집을 찾아갔다가 정훈이가 몰래 보낸 종이 비행기를 발견합니다. 거기에는 정훈이네 집 약도가 그려져 있습니다. 순희는 그것을 보고 정훈이가 진심으로 자기를 좋아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러나 순희는 그 약도를 버리고 마음 속에서 아름답고 따뜻한 자기만의 집을 짓기 시작합니다.
♣ 1969년 출생,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 졸업 서울예술대학 예대문학상 소설 부문 입상 단편 동화 <제비꽃과 연>으로 청구문학상 우수상 수상 《초등역사읽기 고려》, 《내 마음에 힘이 되는 성경 39》 등의 작품 현재, 어린이책 작가
「종이 고등어」(중편 가작 · 김은희 지음) 윤주는 늘 바쁜 엄마 아빠 때문에 주말에도 혼자 지낼 적이 많습니다. 그러던 어느 토요일, 집에 돌아오니 엄마가 난데없이 여행을 가자고 합니다. 엄마의 외할머니 댁, 그러니까 윤주의 증조할머니 댁으로 말이지요. 엄마의 이름은 '근향'입니다. 엄마는 외할머니 댁으로 가는 동안에도, 외할머니 댁에 가서도 문득문득 어린아이 근향으로 돌아가 옛일을 떠올립니다.
근향의 엄마(윤주의 외할머니)는 몸이 약해서 근향을 돌볼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근향은 서울에서 떨어진 지리산 자락의 외가에서 유년기를 보내게 됩니다. 여섯 살의 근향은 동네에서 어울릴 만한 친구를 찾을 수가 없습니다. 근향은 어른들 몰래 동네를 오가는 것으로 심심함을 달랩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근향은 집에서 제법 떨어진 한 식당까지 가게 됩니다. 앞에 느티나무가 있는 그 가게는 혼자 사는 할아버지가 지키고 있습니다. '황 영감'이라고 불리는 할아버지에게 물을 얻어 마신 뒤로 근향은 종종 거기에 갑니다. 가서는 황 할아버지가 구워 주시는 고등어에 밥도 얻어먹고, 책도 읽고, 소꿉놀이도 하다 옵니다. 황 할아버지는 근향이 고등어 반찬을 제일 좋아한다는 것도 알게 됩니다. 그러다가 근향은 초등 학교에 다니기 위해 엄마 아빠를 따라 서울로 가게 됩니다.
황 할아버지는 근향이 서울 간 이듬해에 돌아가시고, 가게도 이제는 없어졌습니다. 윤주는 엄마와 함께 그 곳을 찾아갑니다. 그 곳 느티나무 중간의 갈라진 구멍에 손을 넣어 본 엄마는 웬 양철 상자를 끄집어 냅니다. 그 속에는 놀랍게도 엄마의 소꿉놀이, 동화책이 들어 있고, 종이에 그려진 고등어들이 한 마리, 한 마리 오려져 양철 상자 바닥에 쌓여 있었습니다. 그것이 황 할아버지가 근향을 그리워하며 구워 낸 종이 고등어라는 것을 알고 엄마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립니다.
♣ 1968년 출생 1990년 순정 만화 잡지 《르네상스》에 〈날개 달아 주기〉 우수상 수상 〈M & M〉, 〈소년별곡〉, 〈스트리트 제네레이션〉, 〈인디언 섬머〉, 〈더 칸〉 등 다수의 작품 잡지 《댕기》, 《터치》, 《윙크》 등에 작품 연재 현재, 만화가로 활동 중
「아기코끼리 코코」(단편 가작 · 강현녀 지음) 동물원에서 태어나고 자란 아기코끼리 코코는 동물원 식구들은 물론 관람객들에게 인기 최고입니다. 묘기를 잘 부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어느 날, '오아시스'라는 덩치 큰 코끼리 아저씨가 오면서 코코의 인기는 점점 줄어듭니다. 아저씨는 이제까지 동물원 동물들이 부려 본 적 없는 어려운 묘기들을 부립니다. 코코는 그런 아저씨가 부럽지만 아저씨의 얼굴에는 그늘이 있습니다. 코코는 그것이 넓은 들에서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없게 된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코코는 아저씨에게 '아저씨는 나의 희망'이라고 말해 줍니다. 이것을 계기로 오아시스 아저씨와 코코는 점점 가까워집니다. 아저씨는 코코에게 아프리카 초원의 이야기를 해 주며 점점 생기를 찾아갑니다. 하지만 코코는 이제까지 동물원에서 만족하고 살았던 삶이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에 혼란을 일으킵니다. 엄마 아빠가 걱정을 하지만 보송이 할머니는 그것이 '향수병'이라고 말해 줍니다. 그리고 코코에게는 어떤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도요. 어느 날 보송이 할머니는 사육사의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동물원 밖으로 내달았습니다. 코코와 오아시스 아저씨를 비롯한 다른 코끼리들도 할머니를 따랐습니다. 코끼리들을 위한 퍼레이드를 한 것입니다. 결국 모두 동물원으로 돌아왔지만 코코에게는 이제 꿈이 생겼습니다. 아프리카의 넓은 들판을 마음껏 뛰어다니고, 별을 보며 잠이 드는 그런 꿈 말이에요.
♣ 1969년 출생 대구대학교 사회학과 졸업, 중등교사 자격증 취득 각종 독서지도사 과정 수료, 중평초등학교 도서실 자원봉사 현재, 중평초등학교 도서실 소식지 '책사랑' 편집인으로 활동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