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아동문학
제5회 우리교육 어린이책 작가상 수상작
한우리독서토론논술
2008. 11. 11. 08:03
제5회 우리교육 어린이책 작가상 수상작
창작 부문 <살아난다면 살아난다>(최은영)
◎ 기획부문에는 당선작이 없습니다.
제5회 우리교육 어린이책 작가상 심사 결과를 발표합니다.
우리교육 어린이책 작가상 심사는 창작 부문과 기획 부문으로 나누어 진행했습니다.
창작 부문은 분야 특성을 고려하여 동화와 동시를 나누어 심사했습니다.
· 예심 심사위원 - 동화: 안미란(동화 작가), 이용포(동화 작가)/ 동시: 안학수(동시 작가)
· 본심 심사위원 - 이재복(어린이문학 평론가), 임정자(동화 작가)
기획 부문은 예심과 본심을 따로 나누지 않고 심사했습니다.
· 심사위원 - 이태수(생태세밀화가)
안타깝게도 기획 부문에서는 만족할 만한 작품이 없어 당선작을 정하지 않았습니다.
다섯 해를 맞은 우리교육 어린이책 작가상에는 많은 신인 및 기성 작가들이 참여해 주셨습니다. 귀한 작품을 보내 주신 모든 응모자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우리교육 어린이책 작가상은 어린이의 마음 가장 가까운 곳에서 자리할 좋은 어린이책을 찾고, 펴내는 데에 힘쓰겠습니다. 앞으로도 어린이와 어린이책에 애정을 가지신 많은 분들의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고맙습니다.
☞ 당선 소감 바로가기
다음은 각 부문별 심사평입니다.
◈창작 부문 <제5회 우리교육 어린이책 작가상 창작 부문 본심 평> 이번에 응모한 소설 형식을 띤 작품들은 한결같은 공통점이 있었다. 이건 아주 중요한 문제인데, 이 문제점을 극복하지 못해 읽으면서 내내 아쉬웠다. 극적인 사건의 구성도 물론 필요하겠지만, 작품 속 인물이 삶의 여정을 따라가면서 드러내는 마음의 떨림을 어떻게 그려 내느냐가 더 중요하다. 그 감정의 변화가 곧 삶에 직면하면서 생기는 인물의 내면 성장과 연결되어 나타날 때, 독자는 손에 땀을 쥐며 인물에 관심을 갖고 책장을 넘길 것이다. 인물의 내면을 치열하게 탐구하고 묘사할 때, 바로 작품 속 ‘등장 인물’이 개성을 가진 하나의 ‘캐릭터’로 발전해 간다. 그런데 이번 응모 작품들에서는 등장인물이 캐릭터로 발전해 가는 과정에서 겪는 내면의 변화가 제대로 느껴지지 않았다. 이런 아쉬움을 느끼면서 아래 작품을 읽었는데, 짧게나마 읽은 소감을 적어본다. <꼬마 솟대>는 의미 있는 역사물이다. 4.3사건은 우리 어린이문학 역사에서 아직도 더 많이 이야기 되어야 할 미지의 시공간이다. 그러나 역사적 의미가 아무리 있어도 그것만으로 문학이 되는 시대는 지났다. 왜 굳이 제주에서 그런 불행한 일이 일어났는지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을 뿐 아니라, 그것이 서사로 드러나지 못했다. 역사는 삶을 통해 나타나고 그려져야 한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는 4.3을 중심으로 한 역사가 그 시대를 산 사람의 삶과 긴밀히 결합되어 있지 않다. 어린이들이 읽는 아동문학이 가져야 할 바람직한 문체에 대해서도 좀 더 생각을 해 보면 좋겠다. 진지한 문장의 힘이 믿음직스럽긴 하지만, 아이들이 감당해 내기에는 너무 무겁지 않을까. <34시간>은 소재나 의도가 좋다. 그러나 늑대의 내밀한 삶의 모습을 좀 더 치열하게 들여다봐야 하지 않을까? 늑대의 탈출, 다시 잡히기까지의 여정, 그 의미가 밀도 있게 그려지지 않았다. 또한 시선이 어지럽고, 지식이 날것으로 드러나 있어 이야기 흐름을 방해한다. 무엇보다 아쉬운 것은, 시선이 혼재되어 있다는 점이다. 사람의 눈과 늑대의 눈,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가? 섞으려면 어떻게 조화롭게 그려낼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 그것은 동물 이야기를 어떻게 쓸 것인가와 깊이 관련되어 있는 문제일 것이다. <차밭의 꽃>은 서술 방식에 일관성이 없다. 특히 디테일에서 그렇다. 작가는 자기가 그리는 시공간과 이야기의 성격에 맞는 문체를 연구하여 서술하는 게 필요하다. 또한 자기가 그리는 인물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가 필요하다. 자기가 그리려는 인물의 은밀한 내면까지도 알고, 그것과 냉정하게 맞설 때 서사가 생겨나지 않을까.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진정한 ‘이야기’로, ‘서사’로 좀 더 치밀하게 형상화되었으면 좋겠다. 중심 서사와 보조 서사의 조화 또한 염두에 두었으면 좋겠다. <세책점 심부름꾼>은 정조 시대 운종가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특정 시대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할 때는 거기에 걸맞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 정조 시대 자체가 흥미 있긴 하나, 담긴 이야기는 밋밋하다. 굵직하고 흥미진진한 서사가 부족한 게 아쉬웠다. 위의 네 편이 높은 학년 어린이들이 읽는 소설 형식을 띤 작품이라면, <살아난다면 살아난다>는 낮은 학년 아이들도 읽을 수 있는 동화의 맛이 많이 가미된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이 작품 역시 인물의 내면을 치밀하게 묘사하는 문장의 힘이 조금은 아쉬웠다. 그러나 저학년 아이들이 읽는 작품은 너무 치밀하게 묘사하는 문장이 오히려 가독력을 떨어뜨릴 수도 있을 것이다. 저학년 동화는 극적인 이야기의 속도를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등장인물의 내면을 드러내는 재치 있는 문장의 힘이 필요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내면의 언어, 마음의 언어, 무의식의 언어를 들을 줄 아는 신통한 능력을 가진 할머니의 캐릭터가 좀 더 섬세한 문장으로 그려지면 훨씬 더 안정되고 편안하게 읽힐 것이다. 할머니 캐릭터가 처음에는 너무 뜬금없이 엉뚱한 인물로 느껴지는 통에 이야기의 구성이 작위적이고 산만한 느낌을 주었다. 뒤로 가면 할머니와 병원에 입원해 있는 아이들 사이에 관계의 그물망이 놓이면서, 엉뚱한 할머니의 모습이 정겨운 모성의 상징으로 느껴지긴 하지만. 뇌사 상태의 아이와, 넋이 몸에서 빠져나간 아이의 설정이 영화에서 많이 다루어온 소재란 느낌도 들었지만, 한편으론 아동문학 작품에서 이런 소재를 다루면서 이만큼 눈물을 찡하게 만드는 작품도 보기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작품은 끝까지 읽고 났을 때 가슴이 따뜻해진다. 아이들이 이런 이야기 한 편을 읽으면 되었지 무얼 더 바라겠는가. 그래서 심사위원들은 올해의 수상 작품으로 <살아난다면 살아난다>를 정하는데 큰 이견이 없었다. 올해도 많은 분들이 작품을 응모하였다. 작가 지망생들에게 감사와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앞으로도 계속 정진하시기 바란다. 심사위원 이재복(어린이문학 평론가), 임정자(동화 작가) *가나다 순 <제5회 우리교육 어린이책 작가상 창작 부문 예심 평(동화 부문)> 오래 전 일이다. 첫 작품집을 내고 나서 한참 슬럼프에 빠져 있을 때였다. 선배 작가와 오랜만에 긴 통화를 하며 답답함을 하소연했다. 그런데 “요즘 뭐 쓰세요?”라는 나의 질문에 그가 한 짤막한 대답이 영 시원치가 않았다. “그거 갈매기 조나단이랑 비슷한 거 아닌가요?” 거기다가 나는 최근에 나온 애니메이션 제목과 또 다른 외국 동화를 더 들먹였다. 한마디로 지금 당신이 쓰려고 한다는 그 이야기는 남이 이미 다 울궈 먹어서 더 이상 쓸거리가 못 된다는 충고였다. 그런데 그의 대답은 의외로 담담했다. “글쎄··· ···. 나는 나대로 말하는 거니까 ··· ···.” 그리고 일 년쯤 후인가, 출판사가 보내온 동화책 한 권을 받았다. 바로 그 선배의 작품이었다. 나는 그 자리에서 밥 지어야 하는 것도 있고 끝까지 다 읽어 버렸다. 정말이지 오랜만에 벅찬 감동을 느꼈구나 하는 사실에 기쁘면서도, 질투라는 감정을 동시에 추슬러야 했다. 그러고 보니 나도 바퀴벌레 이야기나 외계인 이야기 같은 것을 쓰려다가 초고도 못 마치고 포기한 적이 있었다. 그런 이야기는 동화의 소재로 적합지 않다거나, 그거 어떠어떠한 거랑 비슷한 설정이네 라는 말들에 쉽게 무너져 버린 것들이다. 그런데 어느 날 서점에 가 보면 너무나 유쾌한 바퀴벌레와 철학적인 외계인이 떡 하니 작품으로 나와 있는 거다. 그들보다 훨씬 먼저 아이디어를 떠올렸던 나는 ‘재미있는 이야기’ 앞에서 질투하고 좌절한다. 그런데 참 이상하지 않은가? 기발한 착상은 나도 가지고 있었는데 왜 그들과 나는 차이가 나는 거지? 독자는 새로운 이야기, 끊임없이 새로운 이야기만을 원하지만 풋내기 작가 눈에는 이 세상에서 이야기되지 않은 건 아무 것도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다보니 새로운 소재를 발굴해내는데 목숨 걸듯 덤벼드는 건지 모른다. 이번 응모작의 면면을 보아도 글을 쓸 때 새로운 소재를 찾기 위해 얼마나 골몰했나 짐작이 간다. 하지만 소재만 새롭다고 해서 그것이 다 좋은 이야기는 아이다. 또 소재가 엇비슷하다고 다 같은 이야기도 아니다. 자기만의 눈으로 세상과 삶에 대한 고민을 끝까지 궁구해야 좋은 글이 나온다는 사실은 너무 평범해서 우리가 종종 그것을 잊는 것 같다. <살아난다면 살아난다>는 무당이 되기를 거부하는 외로운 할머니와 형의 죽음을 걱정하는 아이. 그리고 뇌사에 빠져 결국 죽게 되는 소년의 넋이 주인공이다. 보기 드문 소재이고 결말이 흥미롭지만 중반 이후까지 매우 지루하다. 제목도 작품의 일부인데 그런 면에서 본다면 참 매력이 없다. 군더더기가 많았지만 끝까지 읽어 보니, 결말도 흥미롭고 구성력과 소재를 고르는 능력이 있다고 보였다. 글감을 고르는 능력이 탁월한 만큼 묘사와 형상화에도 애를 쓰면 참 좋은 글이 될 것이다. <차밭의 꽃>은 무난하지만 지루하다. 차를 소재로 조곤조곤 속삭이듯 풀어낸다는 느낌이 들고 아름답지만 사건의 개연성이 충분하고 등장 인물 간의 관계도 유기적이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전체적으로 밀도가 떨어지고 응집력이 없게 느껴지는 측면이 있었다. <세책점 심부름꾼>은 흥미로운 배경과 소재 때문에 눈에 띄었다. 세세한 부분까지 많은 공을 들인 작품이 분명한데 줄거리가 힘 있게 전개되지 못하고 산만한 감이 든다. 주인공이 어려운 상황을 겪으며 글을 읽고 쓸 수 있게 되는 과정을 긴 호흡으로 그려 내고 있어 기대가 많이 된다. 그러나 흥미로운 도입부에 비하면 뒤로 갈수록 맥이 빠진다. 삶의 곡절을 겪은 인물의 성장이 더 절실하게 그려졌으면 싶다. <꼬마 솟대>는 응모자도 청소년소설 - 연작이라고 밝혔듯이 아동물이라기보다 청소년소설에 적합한 이야기이다. 제주도 방언이 맛깔스럽고 묘사의 결도 고우며 캐릭터도 살아 있어 믿음이 간다. 다만 과거와 현실의 삶이 유기적이고 긴밀하게 얽혀 있다기보다는 억지로 끼워 맞춘 것 같아 서로 겉돌아 아쉽다. <34시간>은 아주 참신하다. 탈출을 감행했던 동물원 늑대의 이야기인데 늑대에게는 ‘안‘과 ‘밖‘이 다를 수밖에 없겠다. 비아그라니, 교미니… 어린이책에서 다루기는 조금 고민이 되는 내용도 등장하지만, 이야기 전개상 필요한 장치였다고 느껴진다. 그러나 시점이 혼란스럽고 산만한 점은 단점이 될 수밖에 없다. 작가의 개입이 지나쳐서 관념적으로 흘러버린 경향이 있다. 주인공과의 일정한 거리를 유지했더라면 싶어서 아쉽다. 사실 이제까지 어린이책에서 잘 다루지 않는 금기들을 다룬 작품도 있었고 새로운 역사적 배경을 무대로 한 것들도 있어서 응모작의 수준이 전반적으로 높았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고만고만해서 딱히 이거다 싶은 느낌이 드는 수작을 가려내기가 어려웠다. 또 한 가지 덧붙이자면 자료의 숲에서 헤매는 것을 경계하라는 점이다. 좋은 착상과 참신한 소재이지만 아쉬움을 남긴 작품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특징이 지나치게 불필요한 것들까지 많이 나와서 이야기로서의 재미를 떨어뜨린다는 점이다. 순우리말을 과도하게 살려 쓰다 보면 독서의 흐름이 끊긴다. 취재과정 중에 발견한 귀중한 자료가 너무나 아까워서 모두 작품에 등장시키려 하면 이야기는 혼란스러워질 뿐이다. 작가가 욕심낼 것은 내가 이 글을 쓰기 위해 얼마나 많이 공부했나, 얼마나 많이 조사·취재를 했나 남이 알아주는 것이 아니다. 작가가 정말 욕심내야 할 것은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눈물이 되든 웃음이 되든 재미가 있어야 이야기가 된다. 선정된 사람과 탈락한 사람의 차이는 이것이다, 안타깝게 탈락한 분들에게 이 말을 전하고 싶다. 불필요한 욕심에서 자유로울 것, 그리고 끝까지 파고 들 것. 예심 심사위원- 안미란(동화 작가), 이용포(동화 작가) *가나다 순 <제5회 우리교육 어린이책 작가상 창작 부문 예심 평(동시 부문)> 별 밭에서 별 찾기 우리교육 어린이책 작가상 응모작을 받아 놓고, 본심에 올려야 하는 작품 수보다 탈락시켜야 할 작품 수가 많다는 점에 가장 안타까웠습니다. 더구나 예심작들의 실력이 비슷한 수준이어서 옥석 가리기에 어려웠습니다. 마치 별 밭에서 별을 고르듯 하나를 들고 보면 다른 하나가 더 나은 것 같아 다시 비교하며 읽기를 반복했습니다. 작품 선정 기준을 창의력, 작품성, 완성도. 세 가지로 세우고 읽었습니다. 식상하지도 남의 작품을 모방하지도 않고 얼마나 새롭고 독자적인 자신의 세계를 보였는지 따져 창의력 점수를 주었습니다. 또 반짝이는 재치나 재미, 혹은 뭉클한 감동을 얼마나 담고 있는 내용인가로 작품성을 따졌습니다. 그리고 나머지는 제목이 적절한지 의미를 잘 전달하고 있는지 문장 문맥이 얽히지 않는지를 보고 완성도를 가늠했습니다. 창의력으로 보일 수도 있으나 자기만의 관념을 별 설득력 없이 독자에게 공감해 달라고 강요한 작품은 우선 물리쳤습니다. 몇 편의 좋은 시가 보여도 전체적으로 일정 수준에 미치지 못하면 제외했습니다. 내용이 좋더라도 어색한 제목이 많든가 걸리는 문장이 많으면 뺐습니다. 그 결과<신호등><효자손><물집><견딜 만하니?><아빠와 오토바이>다섯 분을 골라 본심에 올리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 다섯 분의 작품들도 단점은 있었습니다. <신호등>은 재치 있는 표현과 함축적이고 짜임새는 있었으나 제목 짓기엔 조금 미숙했습니다.<효자손>은 「산머루」나「울고 웃고」처럼 전반적으로 독특한 창의성이 돋보이지만 작위적인 표현이 너무 강합니다.<물집>은 대체적으로 작품성이 높고 시의 깊은 맛을 충분히 내고 있습니다만 문장표현에서 다소 아쉬운 면이 있습니다.<아빠와 오토바이>는 평소 생활을 진솔하게 그린 점이 좋고「카네이션 꽃밭」같은 좋은 시가 많습니다. 그러나 문장과 완성도에서 조금 아쉬움이 있습니다.<견딜 만하니?>는 창의성이 돋보이고 의미 전달이 충분합니다. 직접 삶의 경험을 담은 시라서 느낌이 좋습니다만 완성도에 다소 아쉬움이 있습니다. 대체적으로 이 다섯 분의 작품들은 모두 상당한 수준입니다. 이중에서도 네 분 이상이 또 결선에서 탈락해야 하니 안타까운 일입니다. 이중에 꼭 당선작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본선에 오르지 못한 나머지 분들도 좋은 결과를 얻으실 때가지 더욱 정진하시길 빕니다. 예심 심사위원- 안학수(동시 작가) |
◈기획 부문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이번 우리교육 어린이책 작가상 기획 부문에 응모한 여섯 편을 보면서 든 생각이었습니다. 작품 수도 적었지만, 저마다 다른 이야기를 하는 작품을 놓고 한 작품을 가려 뽑는 것이 따지고 보면 마땅한 일은 아닌데, 그래도 구슬을 어떻게 꿰서 무엇을 만들려고 한 것인가는 따져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구슬을 꿰서 목걸이를 만들었는지, 팔찌를 만들었는지. 가지런히 한 줄로 꿰었는지, 두 줄로 꿰었는지. 꽃 모양으로 꿰었는지 물고기 모양으로 꿰었는지. 그렇게 꽃 모양으로 꿰서 만든 반지를 누구에게 주려고 한 것인지. 아이에게 줄 반지 크기가 아이 손가락에 맞을지…. 그러한 면에서 볼 때 조금은 아쉬움이 남는 심사였습니다. 응모작 <타임머신 타지 않아도 외 33편>은 구슬을 꿸 마음은 있었으나 제대로 모으지 못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작품입니다. 전국을 답사하며 엮은 시 33편에서 작품에 일관성을 주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였지만, 작품의 편차가 크고 작품 전체를 아우르며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발견하기 힘들었습니다. 응모작 <자신만만 발표력 학교>는 앞부분은 차곡차곡 꿰어 나다가 웬일인지 뒷부분에서 가서는 구슬이 다 새 나간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끝까지 밀고 나가는 힘을 조금 더 기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따르르릉! 환경 119 상담센터 바니입니다>와 <달팽이 가족이 본 세상 - 세계 지도와 함께 읽는 동화>는 이야기의 소재와 풀어가는 방식이 잘 맞지 않아, 비유하자면 구슬에 나 있는 구멍과 꿰는 실 굵기가 조금 어긋나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응모작을 살펴보며 두 작품에 눈이 갔습니다. <손으로 말하는 아이들>과 <재판 속에 숨어 있는 역사 이야기>입니다. <손으로 말하는 아이들>은 소리를 또렷하게 듣지 못하게 되는 아이 용근혜가 수화 교실을 다니게 되면서 일어나는 일을 씨실로 삼고, 근혜가 배우는 수화를 독자들도 함께 배우도록 하는 설정을 날실로 삼은 작품입니다. 독자들이 함께 손가락 글자, 손가락 숫자를 쉽게 배울 수 있도록 한다는 목표가 뚜렷하고, 소리를 잘 듣는 아이들도 손가락 대화를 통해 비밀 대화를 한다는 이야기가 장애를 가지지 않은 아이들에게도 매력적으로 다가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 또한 ‘그래, 그래. 그렇겠어!’ 하면서 보았습니다. 구화를 배우는 친구 예린이를 생각하며 아나운서 꿈을 다시 찾는 주인공 근혜도 참 예뻤습니다. 아쉬운 것은 뒤로 가면서 자꾸 구슬이 빠진 느낌이 든다는 점입니다. 장점으로 보였던 ‘이야기’는 사라져 버리고 손으로 말하는 법만 가르치는 쪽으로 치중해 자칫 아이들이 지루해하지는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재판 속에 숨어있는 역사 이야기>는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재판 이야기를 하면서 그 속에 담겨 있는 역사 이야기나 인물을 소개하는 작품입니다. 어떤 사건, 특히 재판을 가지고 역사 전체를 아울러 이야기하는 것은 참 흥미로운 설정입니다. 하지만 구슬을 어떻게 꿴 것인지가 잘 드러나지 않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이미 드러나 있는 역사 이야기를 어느 각도에서 볼 것인지, 어떤 이유에서 대표적인 재판들을 고른 것인지, 지금 우리 아이들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이 역사 이야기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따위가 고민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하여 이번 제5회 어린이책 작가상 공모 기획 부문에는 당선작을 내지 않기로 했습니다. 혹 눈이 어두워 보배를 보지 못했을지도 모르는 심사자들을 너그러이 보아 주시고, 더욱 정진해 주시길 바랍니다. 구슬을 어떻게 꿸 것인가 고민해야 하는 의무는 작품을 보는 사람이나 출판을 하는 사람에게도 있을 것입니다. 힘을 보태 보배를 만드는 작가상 공모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기획 부문 심사위원 이태수(생태세밀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