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당선자
[신춘문예]
'신춘문예' 설레는 펜으로 '문학의 門' 두드리다
2009 전북일보 신춘문예 당선자에게 듣는다
작성 : 2009-01-05 오후 7:26:20 / 수정 : 2009-01-05 오후 9:43:32
도휘정(hjcastle@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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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지쳐가고 있음을 느낄 때 걸려온 한 통의 전화. 전북일보 신춘문예 당선소식이었다.
몇 년 사이 젊은 문청들이 휩쓸던 신춘문예는 올해 전국적으로 유난히 중년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전북일보 신춘문예 역시 시·수필·동화·소설 등 4개 분야 모두에서 40∼50대가 당선됐다.
역시 문학은 쉽게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이나 사물을 보는 눈에도 깊이가 필요했던 것. 머리보다 몸과 마음이 삶에 대해서 알게 될 때 쯤, 비로소 그 문이 열린 것이다.
시 당선자 안성덕씨(54·전주시 효자동)는 지난해 문예지 「시와 정신」을 통해 등단한 '중고신인'이었다. "1월 1일자 신문에 내 이름, 내 글이 나온다는 것은 살 떨리는 일"이라고 생각했었지만 막상 당선 소식을 듣고나니 아무 생각 없이 멍한 느낌, 의외로 담담했다.
"저는 '전기쟁이'입니다. 시와는 전혀 상관 없는 길이죠. 5년째 시를 쓰고 있지만, 지난해 전북일보 본선에 올랐다는 말을 듣고 나름대로 희망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오래 쓰려면 생명력이 있어야 한다고 믿는 안씨. 촌놈으로 살았던 유년시절 기억을 현실과 섞어가며 시를 쓴다. 소재 역시 오며가며 산책길에서 얻은 것들. 힘든 세상이 시로 극복될 리 없지만, 어두운 이야기라도 가벼운 호흡으로 밝고 경쾌하게 풀어내고 싶다.
"마흔이 넘어가면서 살면서 점 하나는 찍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점을 찍다 보면 선이 되고, 그 선이 면을 이루고, 나중에는 그림도 그릴 수 있겠다 싶었죠."
수필 당선자 신성애씨(52·대구시 대명동)는 몇 년 째 계속 최종심에서 떨어지다 보니 나중에는 약이 오르더라며 웃었다.
한 때 시도 써봤었지만, 시나 소설이 타고난 광끼가 있어야 한다면 수필은 장인정신으로도 쓸 수 있겠다 싶었다. 화려하진 않아도 편한 옷처럼 자기가 살아온 것들을 쓰면 되는 수필은 거짓말 못하는 성격과도 잘 맞았다.
소설 당선자 황정연씨(43·전주시 중화산동)는 젊은 시절부터 글에 대한 갈망은 있었지만 교대에 진학하는 바람에 글 쓸 생각은 하지 못했었다. 아이 둘을 낳고 시작한 소설 쓰기에 있어 그는 지독했다. 한 번 꽂히면 계속 써야된다는 생각 뿐. 방문을 잠궈놓고 썼으며, 요즘에는 아예 피씨방으로 도망을 가버린다. 그 지독함으로 이번에 대전일보 신춘문예도 함께 당선됐다.
"내 것을 찾아야 하는데, 그동안 고전을 면치 못했죠. 지금은 뭘 써야될 지 어렴풋하게라도 보이는 것 같아요. 지금까지 내 주변의 이야기였다면, 이제는 내가 빠지고 사회 전반을 아우를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당선작 '동남풍'은 노인들의 사랑이야기에 판소리를 결합시켜 좋은 평가를 받았다. 김제가 고향인 남편을 따라 5년 전 전주로 이사온 황씨는 "전주에 와서 우리 것의 소중함을 깨달았고, 그것을 계기로 소설과 판소리의 결합을 시도해 봤다"고 말했다.
동화 당선자 장은영씨(46·전주시 서신동)는 외모가 주는 이미지부터가 동화와 잘 어울렸다. 원래는 수필을 썼었지만 수필은 인간적으로 좀더 깊어져야 한다는 생각에 동화로 돌아섰다. 동화책을 읽으면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제가 어렸을 때, 또 제가 아이들을 키울 때를 생각하면 지금 세대의 아이들과는 많이 다르죠. 아이들이 독자이기는 하지만, 제 나름대로 시각을 가지고 써야 한다고 생각해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독서지도를 하고 있는 장씨 동화의 첫 독자는 언제나 그가 가르치고 있는 아이들이다. 풍족하면 풍족한 대로,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어딘가 결핍돼 있는 아이들. 이미 어른이 되어버린 자신이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출 수 있을 지 염려스럽기도 하지만,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동화로 쓴다.
"타고난 것만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생각은 없어요. 하루 아침에 되는 것은 아니고, 밥 뜸 들이는 것처럼 시간이 차곡차곡 쌓여야 겠죠."
목에 걸린 가시처럼, 원고지에 적어놓은 단어 하나가 수십번이고 되살아나 괴롭던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안쓰면 편할 줄 알았지만, 쓰지 않는다는 사실이 더욱 괴로웠던 시절. 똑같은 경험을 간직하고 있던 네 명의 당선자들은 "내 글을 보고 단 한명이라도 위안을 받는다고 생각하면, 참 가슴 벅찬 일이다"고 공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