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아동문학

황금펜 당선 동시 유은경,김애란, 김영미,강지인,한상순,

한우리독서토론논술 2009. 1. 29. 11:28

황금펜 아동문학상 당선작품(동시)*


*제1회(2004년) 당선작

꽃마리/유은경


아파트 앞 화단에서

눈곱보다도

작은 꽃을 보았습니다.


엄마는

하늘색 그 꽃이

꽃마리라고 하였습니다.


너무 작아서

눈에 잘 안 띄는 꽃.


아주 가까이 다가가야

낮게 낮게 엎드려야

눈 마주칠 수 있습니다.


문득 내 앞자리의

종철이 생각이 났습니다.

할머니, 네 살 동생이랑

산다는 친구.


오목한 볼우물이 꽃마리를 닮은.


*동시는 첫 연과 마지막 연이 선명하고 명쾌해야

동시는 첫 연과 마지막 연이 선명하고 명쾌해야 한다. 사람을 처음 만났을 때 첫 인상이 중요하듯 동시도 첫 연이 마음을 끌어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 연은 마침표를 찍듯 가슴에 커다란 울림을 남겨주어야 한다. 아름다운 꽃의 향기가 오래 남듯이···.

<꽃마리>의 작자는 동시가 무엇인지를 잘 알고 있으며 많이 노력한 흔적이 뚜렷하다. ‘작은 것을 귀히 여기는 따스한 마음이 담긴 <꽃마리>’, ‘어린 동생의 첫 말을 동백꽃 눈웃음’으로 바라본 <동백꽃과 내 동생>, ‘일곱 살 엄마 종아리에 불긋불긋 봉숭아 꽃물 배어났다지요’하고 엄마와 나를 봉숭아 꽃으로 일치시킨 <꽃도둑>, 애벌레가 ‘한 걸음 내 디딜 때마다/몸 속 초록길이 꿈틀거립니다’라는 <봄길>의 마지막 연은 또 얼마나 신선한가.

아무 생각 없이 내가 저지른 행동이 다른 사람(나무)에겐 큰 고통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 준 <나무의 눈물>등은 이 작자의 역량을 충분히 알 수 있게 한다.

응모한 7편 모두가 고른 수준을 유지하고 있음은 물론 명쾌하게 마침표를 찍듯 끝 연이 아름다운 것을 높이 사고 싶다.<평:오순택>

<참조> 동화 당선작 : 김하늬<무지개다리를 타고 온 소년>



*제2회(2005년) 당선작

꽃밭 가꾸는 아빠/김애란


아빠가 햇살 등에 지고

꽃나무 밑동을 자릅니다.


“곧 새 줄기가 나올 거야”

북돋아 주면서 김을 맵니다.


불쑥불쑥 돌멩이가 나옵니다.

“필요 없는 건 멀리 버려야 해.”

아빠가 돌멩이를 던집니다.


“흙을 단단히 밟아두는 건

뿌리의 힘을 길러주기 위해서란다.”

아빠 발자국이 꾹꾹 찍힙니다.


“꽃밭 가에 줄을 쳐야지.

세상에 둘레 없는 책은 없단다.”


아빠가 봄날, 꽃씨를 심습니다.

한 자 한 자 또박또박.


*각기 다른 소재의 실험정신이 강한 당선작

동시도 이젠 운동장이나 교실문학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나와 새로운 길로 갔으면 한다. 선배 시인들이 오랫동안 다루던 주제와 소재를 신인들이 들고 나온다면 누가 관심을 가지겠는가.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려 있는 시도 운동장이나 교실을 주재로 한 시가 아직까지 버티고 있으니 참으로 한심한 일이다. 그런 시가 전쟁과 평화나 좌와 벌, 데미안, 장발장 같은 작품을 읽는 요즘 어린이들의 지능을 떨어뜨리지나 않을지 염려스럽다.

이런 이야기를 한 것은 황금펜아동문학상에 응모한 사람들도 그런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본심에 오른 다섯 사람의 시 세계를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며 읽었다.

<꽃밭 가꾸는 아빠>의 작자는 시(일반 시) 공부를 많이 한 사람 같다. 다섯 편 모두가 다루고자 하는 소재가 다르고 실험정신이 강한 작품이다. 그런데 하나, 이 신인은 시에도 동심을 조금 더 불어 넣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함께 보내 온 <사이다>는 사이다 맛처럼 톡 쏘는 맛이 있어 좋다. 그리고 <연못>은 할머니가 옮겨 놓은 옛집과 “햇살이 부지런히 콩을 까고 있는” 옛것과 현재를 접목시켜 농촌세계를 색다를 시법으로 버무리고 있으나 여기에 동심이란 조미료를 더 가미시켰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평:오순택>

<참조> 동화 당선작 : 신지은<어름삐리>


*제3회(2006년) 당선작

감꽃/김영미


하얗게 핀 감꽃이

며칠 전에 태어난

내 동생 배꼽을 닮았다


텔레비전에서는 

아기들이 태어나지 않는다고

만날 걱정인데


조그맣고 하얀,

그 많은 꽃들이

모두

아기들의 배꼽으로 태어난다면

얼마나 좋을까!


봄이면

곳곳에서

아기들의 웃음소리가

돋아날 테니까


하얀 감꽃 같은 아기들 웃음소리가

반짝반짝

세상 가득 채울 테니까.


*생명탄생을 숭고함으로 환치시킨 작품

<감꽃>은 아기의 배꼽과 감꽃을 병치시켜(색깔과 모양) 생명탄생을 숭고함으로 환치시킨 작품이다. 자칫 감정에 함몰되기 쉬운 소재를 아우르는 솜씨가 많은 시 작업을 한 것 같다. <현수네 빈집>도 <감꽃>과 같이 오늘날 이슈화되고 있는 소재를 과감히 심미화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동시는 시에서 요구되는 절제의 미학과 동심의 미학이 함축된 문학 장르 이다. 미물인 매미도 보름여를 고운 목소리로 노래하기 위해 어두운 땅 속에서 무려 5~7년을 애벌레로 있으면서 탄생을 위한 준비를 한다. 그런데 시인은 시 한 편을 완성하기위해 얼마나 많은 날을 인고하는가?

본심에 올라 온 다섯 사람의 작품에선 동시가 첫째로 갖춰야할 동심의 깊이와 넓이가 조금씩 모자라 아쉽다.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살려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동심 가득 담긴 작품을 기대한다.<평:오순택>

<참조> 동화 당선작 : 최은영<상여꼭두의 달빛 춤>


*제4회(2007년) 당선작

우리 집 밥상/강지인


우리 집 마루에

낡고 오래된 쪼그마한 밥상.

우리 집 네 식구

밥도 먹고 숙제도 하고

아빠 쉬는 날엔

바둑도 두고 팔씨름도 한다.


튼튼하고 큰 걸로

새로 사야겠다고 하시면서도

삐걱거릴 때마다 아빠는

탕탕탕 못질을 하시고,

틈만 나면 엄마는 반짝반짝

행주질을 하신다.


그래서 갈수록

더 튼튼해지고 반짝거리는

낡고 오래된

우리 집 밥상.


*자기만의 독특한 향기가 있는 시

제4회 황금펜아동문학상 본심에 올려진 동시는 복고조의 작품이 많았다.

<집이 있던 자리><할아버지 양복><할아버지의 연장통><할머니 집 뒤꼍> 그리고 <송편><백자 달항아리>등을 들 수 있겠다.

다섯 사람의 작품을 정성들여 읽는다는 것 또한 작품을 쓰는 것 못지않게 중요하고 숙연한 일. 작품(시) 속에 무엇을 담으려고 했는지(내용), 어떻게 말하려고 했는지(표현)를 , 나는 응모작품을 읽는 제일 요건으로 삼았다.

<우리 집 밥상>은 밥상이라는 단순한 하나의 탁자를 통해 가족의 아름답고 끈끈한 정을 부각시킨 작품이다. 그런데 마지막 연이 설명조가 되어 조금 아쉬움이 든다.<평:오순택>

<참조> 동화 당선작 : 진영희<종이비행기>


*제5회(2008년) 당선작

겁도 없다/한상순


우리 집 골목

전봇대 밑 깨진 함지박

거기에 뿌리 내린 나팔꽃.


어느 날

초록 손 불쑥 내밀어

전봇대 허릴 잡고 기어오른다.

그 옆의 대추나무 감나무

다 놔두고.


야, 드디어

꼭대기다.


그 때,

골목을 지키던

고양이 한 마리

나팔꽃 쳐다보며 한마디


-야옹

이제 어쩔래?

어떻게 내려올래?

너 참, 겁도 없다!


*감동을 주는 따뜻한 한 편의 시를 기다리는 마음

<겁도 없다>는 잔잔한 미소를 머금게 하고 <육교가 헐리면>은 가슴 깊숙이 애잔한 그리움 같은 것을 남긴다. 이 작자는 소재선택의 폭이 넓을 뿐만 아니라 시를 다루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응모한 다섯 편 모두가 수준작 이어서 능히 시적재능을 가늠할 수 있어 믿음이 간다.

본심에 올라 온 다섯 사람, 25편의 동시를 읽으면서 문득 동시에도 맛과 멋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어의 맛. 그리고 시어를 다루는 멋이 그것이다. 우리나라 아동문학가의 수가 1천명이 넘는다. 그 중 절반 이상이 동시를 쓴다. 그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자기만의 독특한 색깔과 사물(대상)을 보는 밝은 시안(詩眼)을 가져야 한다.<평:오순택>

<참조> 동화 당선작 : 이자경<주인공처럼? 아니, 주인공답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