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자기 개발
작가들여, 공간을 점거하라
한우리독서토론논술
2009. 1. 30.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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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베를린에 위치한 ▲타클레스(Tacheles)는 폭격으로 인해 방치됐던 건물을 작가들 스스로 리모델링 한 공간이다. 공동아뜰리에와 실험예술공간으로서 독특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는 타클레스는 작가들의 낙원이다. 백화점이었다는 이 건물은 예전의 화려함을 뒤로 하고 이제는 작가들의 창작공간으로서 새 옷을 갈아 입었다. 온통 그래피티로 장식되어 있는 벽면이 어지럽다. 2층에 위치한 극장에서는 소극장에서는 연극 공연도 한창이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다 보니 각 방마다 작가들의 작업공간과 전시장, 작품 판매숍 등이 자리하고 있었다. 맨 꼭대기 층에 위치한 전시장에서는 브라질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전시중이었다. 관람객들은 1유료의 입장료를 지불하고 작품을 감상하고 있었다. 현재 이 공간에는 60여명의 작가들이 활동중이다. 회화를 중심으로 조각, 설치, 의상 등 다양한 분야의 작가들이 활동하고 있다. 이처럼 이곳은 모든 것이 작가들의 의지로 움직이고 있는 능동적인 공간으로 작가들끼리의 연합회를 만들어 자체적인 기획과 운영을 하고 있다. 칼레드 케하우(Khaled Kehawi) 운영 담당자는 “중점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프로그램은 작가 교환 프로그램으로 상주하고 있는 작가들은 대부분 외국인들이며 기본적으로 6개월 동안 스튜디오를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장에서는 작업중인 작가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 곳에서 8년째 거주하고 있다는 콜롬비아 작가 르네 아규얼레(Rene Aguirre·42)씨는 이질적인 삶을 체험해 보고 싶어 이곳에 왔다. 액세서리 작업을 하는 그는 직접 만든 작품을 그 현장에서 판매하기도 한다. “이곳에서의 생활은 세계 작가들과 교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요. 그러나 특수한 조직이 주는 불편함도 무시 못해요.” 낡고 허름한 건물이지만 자신들의 예술적 창작을 쏟아 붓고 있는 작가들의 열정은 이 곳의 분위기를 말해주고 있다. 예술가들 뿐만 아니라 관광객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는다는 타클레스는 작가들 스스로가 일궈낸 하나의 성과며 그 자체가 바로 ‘작품’이다. 베를린의 또 다른 작가들만의 공간은 바로 ▲쿤스틀러 하우스 베타니엔 (Kunstlerhaus Bethanien)이다. 이곳은 작가들 스스로가 모든 것을 움직이는 타클래스와 다르게 보다 전문적이고 조직적인 레지던스 프로그램이 중심이다. 1850년에 세워진 고성의 모습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는 베타니엔은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총 850여명의 작가들이 다녀갔다. 1년간 매달 약 150만원 가량의 창작 지원금을 받으며 마지막 프로젝트로 이 곳에서 전시회를 개최한다. 예술가와 큐레이터가 함께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큐레이터 레지던스 프로그램도 병행하고 있다. 크리스토퍼 타냐트 국제예술문화교류 책임자는 “베타니엔은 국제교류를 지향하며 세계의 실력있는 작가들을 베를린으로 모으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베를린은 문화적인 에너지를 받을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곳에서 한국인 작가도 만날 수 있었다. 지금까지 2명의 한국 작가가 이 곳을 거쳐 갔고 현재 1명의 작가가 입주해 작업중이다. 이처럼 이들은 보이지 않는 작가의 역량에 기꺼이 투자를 하며 베를린의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타냐드씨는 빠르게 변화하는 예술시장에서 베타니엔이 추구하는 것은 ‘느림의 미학’이라고 말한다. “지난 32년간 예술관련 프로그램을 진행해 오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점은 바로 이곳에서 예술가들이 새로운 꿈을 꾸길 바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곳은 하나의 실험실이고 작가를 발전 시키는 제작소와 같은 곳이지요. 충분한 시간을 투자하고 서로의 생각을 대화로 유도하며 상호 소통할 수 있는 교류의 공간으로서 이곳이 존재하는 것입니다.” 미래를 바라보며 시간과 사람에 투자하는 독일인들, 그리고 주체적인 모습으로 자신의 예술 영역을 확보해 나가며 스스로 일어선 작가들의 모습에서 독일 미술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 쿤스틀러 하우스 베타니엔 입주 한국작가 이문주 인터뷰 “이곳에 오는 작가들은 유럽인들이 대부분이에요. 아시아 작가들의 노출의 빈도가 적은 상황에서 작업을 하는 동안 ‘흔적만 남기고 가는 것이 아닌가’ 라는 고민이 항상 뒤따릅니다.” 올해 3월부터 베타니엔에 입주해 작업중인 서양화가 이문주(35)씨는 한국인으로서는 3번째 입주작가다. 3년전부터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베타니엔과 협약을 맺은 후 문화예술위의 추천 작가로서 독일에 오게 됐다. “한국에서 공모를 통해 6명의 작가를 후보로 뽑고 베타니엔에서 최종 결정하는 구조에요. 개인작업실과 일정의 지원금을 제공하고 있어 개인적으로 왔을때 보다 훨씬 수월한 작업을 할 수 있죠. 그러나 유럽 작가들과 달리 아시아 작가들은 입주기간인 1년이 지나면 이 곳에 남을만한 환경이 되지 못해요. 생활을 해야 하는데 실질적으로 어렵거든요.” 1년이라는 기간은 창작자들에게는 짧다면 짧은 기간. 작품 제작비를 별도 지원하지만 생활에 드는 비용은 지원이 없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다. 그래서 이씨는 작업실을 생활 공간으로 함께 활용하고 있었다. 이씨는 “우리나라에서 해외를 통한 작가지원사업은 단순히 ‘작업’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언어와 생활 부문에 있어서도 체계적인 지원이 이뤄질 때 실효성을 극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효정기자 cherrya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