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책 이야기

배봉기,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사계절, 2009

한우리독서토론논술 2009. 7. 2. 08:50

배봉기의 청소년 소설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는 '정통 소설다운 품격과 깊이를 갖춘 '작품이다. 그동안 도발적이고 실험적인 청소년 소설이 문학 지평을 거듭 새롭게 열어 왔지만, 문제적 현실을 현상 너머 본질까지 집요하게 들여다보고 성찰한 작품은 흔치 않았다.

 

  이 책은 고등학교 2학년 찬오의 자살 사건을 모티프로 삼았다. 교내 인터넷 신문사 '목소리' 편집 기자인 학생들이 학우의 자살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기사화하는지, 교사들과 학교는 어떤 태도를 보이는지 각각의 관점을 다성적으로 보여준다.

 

  찬오와 어떤 연관관계도 없는 1학년생 기자는 침착하고 조금은 낸정하게, 일반론에 근거한 안정된(안전한)1회 기사를 쓴다. 학교 측에서는 다가오는 수능시험을 환기시키며 어던 '목소리'도 미연에 방지하려 하지만, 가능한 학생들의 '목소리'를 지켜주려는 서용현 교사의 노력에 2회까지는 타협이 된다. 그런데 2학년 기자인 영우와 민제는 죽은 찬오와 1학년 때 같은 반이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성공의 체험'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고자 온갖 노력을 다했던 '사무라이' 강태준 선생의 반에서, '뇌의 신경 전달이 느린' 작고 통통한 아이 찬오가 1년에 걸쳐 어떻게 변해갔는지 너무 잘 알고 있었다.

 

  타인을 탓하기는 오히려 쉬우나, 자기 내면의 거짓과 비겁을 마주하고 인정하기란 고통스럽다. 그러나 거짓의 껍질을 벗지 않고서는 뜨거운 심장이 뛰는 삶을 살 수 없는 법. 경쟁을 부추기는 사회 구조 속에서, 학교라는 거대한 괴물에 포획된 채 신음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가슴 아프다. 청소년은 물론이고 현실을 개선할 의무가 있는 어른들에게 더 권하고 싶은 책이다. -선안나

<어린이 책이야기>2009.여름.06 내용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