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전북일보 동화 -우석대
동화 당선소감 - 백상웅
"아이들 생각하며 쓰고 아파할 것"
작성 : 2009-12-30 오후 4:03:03 / 수정 :
전북일보(desk@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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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이 아이를 낳았습니다. 저는 그 아이를 조카라고 부르고 그 아이는 저를 삼촌이라고 부릅니다. 삼촌이 되었을 때부터 동화와 동시를 쓰기 시작하였습니다. 조카가 삼촌이 쓴 동시와 동화를 읽고 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조카가 어서 글을 읽는 나이가 되었으면 합니다.
우석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전공 수업은 특이합니다. 느닷없이 교수님께서 꽃 피는 순서를 물어보거나, 야외수업을 나가서는 나무와 꽃, 풀의 이름을 배웁니다. 그걸 모르면 '글을 못 쓰는 놈'이 되어버리니, 이제 봄이 되면 눈을 크게 뜨고 골목을 천천히 엿봅니다. 방에 누워서는 귀로도 엿듣습니다. 그곳에서는 많은 일이 일어납니다. 꽃이 피고지고, 아이들이 뛰어놀고, 사람들이 지나갑니다. 문학이란 것이 멀리 있지 않고 가까이 있다는 것을 우석대학교에 입학하고 배웠습니다. 우석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님들께 큰절을 올립니다.
10월, 11월 함께 밤을 지새우던 문예창작학과 시륜 동인들. 그대들 덕에 신춘문예의 계절을 다시 느낄 수 있었습니다. 힘든 시간들, 도망치고 싶은 시간들을 참 잘 견뎌준 그대들이 올 겨울의 주인공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그대들이 몇 년이고 견뎌야할 길입니다. 그 길을 조금이라도 함께 걸어주고 싶었습니다. 제 자신이 몹시 부족해서 다행입니다.
제가 사랑하는 사람은 시를 쓰는 사람입니다. 시를 쓰는 애인을 갖은 남자 중, 제가 가장 아름다운 애인을 갖은 남자입니다. 그리고 가장 시를 잘 쓰는 애인을 갖은 남자입니다. 그래서 행복합니다. 「꽃 켜는 아저씨」의 모티브를 준 윤희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전합니다. 그리고 서른이 된 못난 아들 뒷바라지 하느라, 눈물 꽤나 쏟았을 부모님. 무릎을 꿇고 죄송하다는 말을 수천 번해도 모자랄 부모님. 사랑합니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있어 제가 쓰고 사랑하고 살아갑니다. 고맙습니다.
못생긴 동화를 뽑아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고개 숙여 인사드립니다. 아이들을 생각하며 동화를 쓰고, 그 글을 읽으면서 아파할 줄 아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열심히 쓰겠습니다. 다른 것은 모르겠고, 열심히 쓰겠다는 것, 이것 하나만은 제 생을 걸고 약속드릴 수 있습니다.
△ 백상웅 : 1981년 전남 여수 출생, 2006년 최명희청년문학상 시부문 당선, 2006년 대산대학문학상 시부문 당선, 2008년 창비신인시인상 당선, 현재 우석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