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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로 UN사무총장 관저 꾸민 여대생

한우리독서토론논술 2010. 3. 8. 14:45

한지로 UN사무총장 관저 꾸민 여대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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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제 꿈이요? 한지의 아름다운 매력, 세계에 알리는 겁니다.”

대학생으로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관저 인테리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김대중도서관 전시실의 인테리어 작업에도 참가한 신세대 한지공예가 김현지씨(23·여·예원예대 4)의 이야기다.

한지공예가로서 실력을 인정받은 그녀는 한지 세계화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한지브랜드 ‘밈’을 만들기도 했다. 그녀가 이처럼 한지에 반한 이유는 무엇일까.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전통을 이어가는 신세대 한지 공예가 김현지씨.
전통을 이어가는 신세대 한지 공예가 김현지씨.

“한지의 매력에 푹 빠져 살아요.”
아직도 예쁜 색깔의 한지만 보면 마음이 설렌다는 김현지씨. 그녀가 이처럼 한지의 매력에 빠진 것은 2005년, 그녀가 고등학교 3학년 대였다. 머리를 식힐 겸 친구들과 찾은 전주 한지 박물관에서 그녀는 한지 공예작품에 홀딱 반했다. 그리고 디자이너 대신 한지공예를 선택했다.

“전통의 고장 전주에 살다 보니 한지를 접할 기회는 많이 있었어요. 축제도 있고 행사도 많으니까요. 어렸을 적부터 쉽게 접하던 한지를 공예작품으로 보니까 새로웠어요. 그때 한지로 만들 수 있는 수많은 디자인이 머릿속을 스쳐갔고 ‘나도 만들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한지 조형학과를 선택했지요.”

그렇게 한지의 매력에 빠진 그녀는 대학 4년 동안 하루도 빼놓지 않고 한지를 만지며 공모전과 작품 활동을 해나갔다. 손수 수작업으로 작업해야 했기 때문에 작품 하나를 완성하느라 며칠 밤을 새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는 작품에 빠지다 보니 힘들 줄도 몰랐다고 말한다.

신세대 한지공예가 김현지씨가 만든 작품의 모습이다.
신세대 한지공예가 김현지씨가 퓨전 공예법으로 만든 인테리어 작품이다.

열심히 한 덕분일까. 그녀가 공모전에서 수상한 상만 해도 전국 온고을 미술대전 특선, 전국한지공예대전 특별상 등 20개가 넘는다. 1학년 때부터 굵직굵직한 공모전에 참여하다 보니 교수님들 눈에 띄어 더 큰 기회를 얻었다.

1학년이었던 2006년에는 서울 연세대학교의 김대중도서관 1층 전시실 인테리어작업도 참여했다. 문에 새긴 커다란 봉황 무늬가 불빛에 은은히 드러나는 게 일품이다. 이듬해에는 전주에 온 고 노무현 대통령이 참석한 만찬장의 인테리어를 맡기도 했다.

그녀의 작품은 기존의 전통방식을 그대로 이어가기보다는 현대적인 느낌을 함께 가미한 퓨전 기법으로 제작하는 점이 특징이다. 그래서인지 그녀는 이미 한지 공예 분야에서 인정받는 신세대 한지공예가로 통한다. 일본에 전시회도 여러 번 참여했을 정도다.

“21살, 뉴욕에 한지의 아름다움을 알리다”
2007년에는 뉴욕 맨해튼에 있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관저 인테리어를 연출하는 뉴욕 프로젝트에도 참여했다. 2학년이었던 그녀는 실력을 인정받아 전주시청과 학교 내 한지문화연구소가 추진한 뉴욕프로젝트에 참가할 수 있었다.

그녀와 동료 5명은 세계의 평화와 행복을 추구하는 UN 의 기본정신에 맞춰 단아하면서도 편안한 느낌을 주는 인테리어로 관저 내 게스트하우스 공간을 연출했다.
  
한지공예가 김현지씨가 참여한 뉴욕 맨하탄의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관저 게스트룸 사진. 부드럽고 은은한 아름다움을 지닌 한지로 커튼, 스탠드,  벽면을 장식했다.
한지공예가 김현지씨가 참여한 뉴욕 맨해튼의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관저 게스트룸 사진. 부드럽고 은은한 아름다움을 지닌 한지로 커튼부터 스탠드, 벽면을 장식했다.
 
“한지는 질감이 부드러우면서 원하는 무늬를 마음껏 만들 수 있어요. 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독특한 소재랍니다. 6박 7일 동안 거의 밤을 새가면서 반기문 총장님 관저의 실내 벽부터 창호, 스탠드 등을 한지로 꾸몄어요. 인테리어가 끝나자, 사무총장님 내외분이 매우 흡족해 하시고 칭찬을 많이 해주셔서 정말 뿌듯했답니다.”

그녀는 이어 “외국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서 한지를 더욱 많이 알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제가 한지로 인테리어를 하고 있을 때 다른 나라의 사무국 직원들이 지나가다 구경을 왔어요. ‘종이로 어떻게 이런 작품을 만드냐?’며 반응이 뜨거웠죠. 그런 외국 사람들의 긍정적인 반응이 너무 신기했어요. 그때 생각했죠. ‘한지를 모르는 사람에게 많구나. 앞으로 외국에 우리나라 한지를 알리고 많이 알려 나가야겠다.’ 저의 꿈을 확고히 다지는 계기였어요.”

한지 세계화를 위해 과감히 창업하기까지
뉴욕에서 돌아온 그녀는 자신이 직접 만든 한지 공예 작품을 널리 알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학기 중에는 꾸준히 작품 활동과 전시회를 병행해 가며 이름을 알려 나갔다. 방학 때에는 전주한지박물관 인턴을 하면서 행정 업무를 배웠다.

그렇게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2년간을 준비했다. 그리고 2009년 7월 그녀는 지도교수의 추천으로 중소 기업청의 창업지원금을 받아 한지 브랜드 ‘밈’을 만들었다. ‘밈’은 전통의 것을 변형해 현대 생활과 조화를 이룬다는 의미다. 그녀의 퓨전 형식의 작품 특징을 담아 만든 이름이다.

“한지 공예 작품을 만드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이것을 어떻게 팔고 특허를 내야 하는지는 잘 몰랐어요. 그래서 창업을 준비하면서 고민을 많이 했죠. 중소기업청의 실험실 창업 지원제도를 통해 상품에 대한 저작권 관리, 특허권, 마케팅, 홍보에 대한 교육을 받았는데 큰 도움이 됐답니다.”

중소기업청의 실험실 창업지원제도는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기술력은 있지만 자금이 없어 창업하지 못하는 교수나 연구원, 대학생에게 자금을 지원하는 제도다. 본인이 10%를 부담하면 1인당 2700만원까지 무료로 지원하며 창업교육과 컨설팅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한지의 대중화를 위해 자신의 브랜드 "밈"을 통해 선보이고 있는 고급 용돈 봉투. 손수 한지로 만든 이 봉투는 젊은 층부터 어른들까지 인기상품으로 손꼽힌다.
한지의 대중화를 위해 자신의 브랜드 ‘밈’을 통해 선보이고 있는 고급 용돈 봉투. 손수 한지로 만든 이 봉투는 젊은 층부터 어른들까지 인기상품으로 손꼽힌다.
 

한지 대중화 위해선 실생활 디자인이 필요
그녀의 브랜드 “밈”의 반응은 어떨까.

“아직은 사업 초기 단계라 수익이 많지 않지만 매출이 꾸준히 오르고 있어요. 온라인 판매보다는 직접 박물관, 미술관에 납품하다보니까 아직은 인지도가 높진 않죠. 그리고 수공예다 보니까 가격대가 일반 제품보다 비싼 것도 단점이구요.”

그렇다면 한지를 일반 제품처럼 대중화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그녀는 “우리나라 한지 공예품의 디자인을 보면 외국인을 위한 홍보용이 전부인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녀는 “젊은 사람들이나 어른들이 사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디자인이 필요한 것 같다“며 “우리가 매일 보는 태극기나 한글 디자인도 좋지만 실생활에서 필요한 단아한 제품들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녀의 브랜드 “밈”의 주요 제품에는 손수 만든 고급 용돈 봉투, 시계, 다과 쟁반, 소품을 담기 위한 3단 제품 등 실생활에 필요한 제품이 많았다. 수공예지만 가격도 5,000원부터 20만원까지 다양하게 책정해 대중화를 노렸다.
 
앞으로의 계획을 물으니 유럽에서 작품활동을 하고 싶다고 했다.

“올해에는 한지 작가로 다양한 문화행사에 참여하며 제 또래 친구들과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전시회를 만들고, 내년에는 유럽에 가서 대학원을 다니며 작품활동을 하고 싶어요. 유럽에 가려는 이유는, 동·서가 함께 어울리는 작품을 만들고 싶기 때문이랍니다. 외국인들에게 직접 한지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고 싶고 그들과 소통하다보면 세계인과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을 선보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23살, 대학생 한지 공예가 김현지씨. 나이는 어리지만 우리의 전통을 이어가려는 그녀의 모습은 누구보다 열정적이었다. 앞으로 세계 속에서 한지의 우수성을 알리며 한지 작가로 활약할 그녀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정책기자 박하나(대학생) ladyhana0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