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병창희곡집, 필례, 미친 꽃
두 권의 희곡집만으로도 너무 많은 말들을 쏟아냈지만 쏟아진 말들은 허공 중에 푸슬푸슬 사라져가고 아직도 남은 날들이 길다. 해는 여전히 하늘 한복판인데, 점심도 새참도 준비하지 못 한 채 긴 한나절의 밭고랑을 마주하고 쭈그려 앉은 느낌이다. 다시, 발 밑의 굳은 흙덩어리를 깨고 경작을 서둘러야 그나마 남은 날들의 허기를 면할 수 있을 것이다.”
극작가이자 연출가인 곽병창(우석대학교 교수)씨가 두 번째 희곡집 ‘필례, 미친 꽃’(연극과 인간)을 세상에 내놓았다. 지난 2007년 첫 번째 희곡집 ‘강 건너, 안개 숲’(연극과 인간)을 펴낸 후 무려 6년 만이다. 이번에는 2008년 이후 공연해 온 작품들 가운데서 고른 것들을 선별해 엮어냈다. 잘 알려진 원작들을 두고 후일담을 상상해 비틀거나(‘필례, 미친 꽃’, ‘춘향은 울지 않는다’), 원작시를 각색(‘좌도 저승, 우도 저승’)한 작품들이 섞여 있다. ‘각시, 마고’는 극단 까치동과 지속적으로 작업해온 ‘각시’ 시리즈의 연장으로 창작한 것이다. 또한, ‘꿈꾸는 슈퍼맨’과 ‘아리랑은 흐른다’는 창작극회의 정기공연으로 무대에 올린 것이다. 첫 희곡집이 그러했듯이, 이번에 싣는 작품들도 모두 창작극회, 시립극단, 까치동 세 극단과의 작업을 통한 결과물이다. 이미 13편의 희곡을 출판을 통해 세상에 내놓은 중견 극작가의 희곡집을 통해, 인간에 대한 관심과 애정 가득한 그의 따뜻한 시선을 엿볼 수 있다.
김광림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교수는 “세상은 언제나 잔인하고 삶은 근본적으로 허망한 것이지만 그래도 그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외쳐댄다. 이것이 그가 생산해내는 아이러니다. 그런데 이 아이러니의 언저리에는 무언가 쿨하면서도 짠한 울림이 있다. 그래서 그의 외침은 설득력이 있다”며 “무한의 자유를 구가하며 삶의 안팎을 종횡무진하는 곽병창 희곡의 세계가 앞으로 어떻게 변화하며 어떤 행보를 이어갈지 사뭇 기대된다”고 밝혔다.
정초왕 전북대학교 교수 역시 “그동안 곽병창은 굳건히 연극판을 지켜오면서 누가 넘보지 못할 영역에서 분명한 자기의 세계를 구축했다. 시의적이고 민감한 주제와 내용을 포착하는 지적인 능력, 그리고 이를 효율적으로 전하기 위한 양식적 수단들을 독자적으로 구사하는 솜씨를 겸비함으로써 그의 필력은 이미 높은 경지에 올라섰다”고 평했다.
한편, 곽병창씨는 충남 금산에서 태어났다. 전북대학교 국어국문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전주기전여고 교사, 극단 창작극회 대표, 전주세계소리축제 총감독, 한일장신대 연극영화과 겸임교수 등을 역임했다. 현재 우석대학교 문예창작학과에서 극작법을 가르치고 있다.
송민애기자 say2381@do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