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내가 죽었습니다. -이경혜
어느날 내가 죽엇습니다/ 이경혜/바람의 아이들 (2005월 2월 15일 4쇄 발행)
이 좋은 기분을 재준이에게 당장 전하고 싶었다.
이 시각에야 떠메고 가도 모를 만큼 깊이 잠들어 있겠지, 그래도 한 줄이라도 보내 줘야지. 나는 핸드폰을 꺼내 문자를 보냈다. 가사완성축하해줘 밤이 깊어도 죽음은 오지않네첫줄이야죽이지않냐깨는대로답장보내잘자......
그시간에 재준이는 텅 빈 거리를 날아올랐다. 깨진 벽돌처럼, 믿을 수 없는 모습으로. 밤이 깊어도 오지 아노네...... 재준이는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
차례
프롤로그
1. 파란 표지의 일기장
2. 벚꽃 피던 그 봄날
3. 드디어 표지를 넘기다
4. 너랑 친구가 되는 게 아니었어
5. 선생님과의 데이트
6. 아직 너는 내 곁에 있어
7. 작별 인사
작가의 말
2001년 9월 9일, 한 소년이 어이없게 목숨을 잃었습니다. 내가 그 소식을 들은 것은 원주의 토지문화관에 머무르고 있을 때엿습니다. 죽음의 소식을 듣기 직전까지도 나는 그 소년의 존재조차 몰랐습니다. 얼굴도, 이름도, 그런 애가 이 세상에 살고 잇다는 것조차 몰랐지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소식을 듣는 순간, 나는 내가 잘 아는 사람의 죽음에 접한 것처럼 통곡을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며칠 내내 울음이 그치지 않앗습니다. 나한테 그 또래의 딸이 잇었던 탓일까요?
나는 아마도 그때 그 소년의 부모의 심정이 되었던 모양입니다. 누군가 내 심장에 칼질을 해대는 것처럼 숨을 쉴 수 없이 고통 스러웠습니다. 생전의 그 소년과 절친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마침내 나늦 그 애에게 약속하고 말았습니다. 언젠가는 네 얘5기를 써주마. 그것이 꼭 너를 그린 얘기를 아닐지라도 너처럼 어이없이 어느날 사라져 버린 어린 넋들이 이야기를 내 곡 서 주마......
그로부터 2년 뒤 나는 다시 토지문화관으로 들어갓습니다. 약속했던 그 얘기를 꼭 그 곳에서 마무리 짓고 싶엇습니다. 그 곳은 내가 그 소년을 만난 곳이엇습니까요. 나는 늦었지만 그 약속을 지켜 냇습니다. 마침표를 찍고 자리에 누운 밤, 창 밖으로는 늦가을의 찬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습니다. 나는 그 밤, 아주 편안히 잠이 들었습니다.
내가 이 글을 쓰면서 우너했던 것은 지극히 평범하고, 무난하고, 아늑한 삶이었습니다.
돌아보니 주위에는 그렇게 어린 나이에 어이없이 사라져 간 소년들이 뜻밖에 많았습니다.
이미 사라져 간 그 소년들에게 유별나고, 극적이고, 고통스런 삶을 살게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 어디에도 비극의 그림자가 스미지 못하는 그런 평화롭고 사소한 시간을 누리게 해주고 싶엇습니다. 그 소년들이 이 글 속에 머믈러 아기자기한 삶의 한자락, 잠시나마 누리다 갈 수 있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