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아동문학
소월시문학상
한우리독서토론논술
2007. 7. 5. 16:38
2003년 소월시문학상 대상작
둥근, 어머니의 두레밥상
정일근
모난 밥상을 볼 때마다 어머니의 두레판이 그립다.
고향 하늘에 떠오르는 한가위 보름달처럼
달이 뜨면 피어나는 달맞이꽃처럼
어머니의 두레판은 어머니가 피우시는 사랑의 꽃밭.
내 꽃밭에 앉는 사람 누군들 귀하지 않겠느냐,
식구들 모이는 날이면 어머니가 펼치시던 두레판.
둥글게 둥글게 제비새끼처럼 앉아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밥숟가락 높이 들고
골고루 나눠주시는 고기반찬 착하게 받아먹고 싶다.
세상의 밥상은 이전투구의 아수라장
한 끼 밥을 차지하기 위해
혹은 그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이미 날카로운 발톱을 가진 짐승으로 변해버렸다.
밥상에서 밀리면 벼랑으로 밀리는 정글의 법칙 속에서
나는 오랫동안 하이에나처럼 떠돌았다.
짐승처럼 썩은 고기를 먹기도 하고, 내가 살기 위해
남의 밥상을 엎어버렸을 때도 있었다.
이제는 돌아가 어머니의 둥근 두레판에 앉고 싶다.
어머니에게 두레는 모두를 귀히 여기는 사랑
귀히 여기는 것이 진정한 나눔이라 가르치는
어머니의 두레판에 지지배배 즐거운 제비새끼로 앉아
어머니의 사랑 두레먹고 싶다.
..........................................................
대상 수상작: 정일근 <둥근, 어머니의 두레밥상> 외 13편
문학사상사 주관 '소월시문학상 심사위원회'는 2003년 4월 7일 제18회 '소월시문학상' 대상 수상작으로 정일근 시인의 <둥근, 어머니의 두레밥상> 외 13편을 선정, 발표합니다.
작년도 가장 탁월한 시적 성취를 보여 준 작품들을 대상으로, 엄밀한 심사를 거친 결과, 따스하고 편안한 시적 매력과 치열한 시 정신이 돋보이면서도, 생명존중 사상과 평등정신, 그리고 사랑의 철학을 감동적이면서도 아름답게 시적으로 승화시켰다는 평가를 받으며, 정일근 시인의 작품이 영예의 대상 수상자로 선정된 것입니다.
특히 올해는, 소월시문학상 기수상시인 및 그동안 소월시문학상을 수상하지 않았으나, 빼어난 문학적 성취를 이룬 중진 및 원로 시인들의 탁월한 작품을 시상하기 위해 지난해에 제정된 특별상의 제1회 수상작으로는, 임영조 시인의 <오이도> 외를 선정했고, 대상과 같은 수준의 작품으로서 치열하게 경합을 벌인 끝에, 추천 우수작상 수상작으로 결정된 작품은 김선우 외 7명의 작품으로 아래와 같습니다.
*심사위원
김남조, 김성곤, 김재홍, 문정희, 오세영, 오탁번, 조정권
*특별상 수상작
임영조/ <오이도> 외
*추천 우수작상 수상자
김선우, 문인수, 배용제, 오태환, 이정록, 장석남, 정끝별, 최영철
*심사평
치열하고 따스하면서도, 특유의 개성이 돋보여
정일근 씨는 일상 좋은 작품을 써오면서 올해는 질량간에 풍성하여 수상자로 선정됨에 있어 별반 이론(異論)이 없었다. 그의 시는 치열함과 따스함을 지니면서 그밖에도 특유의 개성을 갖고 있다.-김남조(시인· 숙명여대 명예교수)
개성을 드러내면서, 낯선 것을 보여주는 시
나는 오늘의 우리 시단에 한 편의 감동을 주는 시를 읽고 싶다. 가장 보편적인 것 가운데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는, 친숙한 것 가운데 낯선 것을 보여주는 그러한 시 말이다. 다른 많은 좋은 시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중 정일근의 시를 추천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의 시가 다른 후보들의 시에 비해서 그러한 성격이 보다 강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오세영(시인·서울대 교수)
넉넉한 서정과 알뜰한 울림에 매료돼
정일근의 작품이 지니고 있는 넉넉한 서정과 우리 문학 특유의 율조가 지닌 알뜰한 울림에 매료되었다.( ) 정일근의 시는 아주 잘 읽힌다. 그만큼 소월이 우리 시문학사에 남긴 보편적 정서로 이룩한 현대시의 너비로서의 시적 영역과 잘 맞닿아 있다. -오탁번(시인, 고려대 교수)
따스함의 곁으로 끌어들이는 매력
정일근은 작년 한 해 가장 안정되게 풍작을 거둔 시인이다. 나는 그의 은현리 시편들에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저 모성(母性)!>도 좋은 작품이다. 정일근의 시는 따스함의 곁으로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다.-조정권(시인)
* 수상소감
저는 자연에서 시는 부처의 깨달음과 노자와 장자의 도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단지 깨달음이나 도는 말해질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시는 노래라는 차이가 있을 뿐, 자연 속에서는 그 모두가 하나입니다. 저는 시로 자연에서 자연과 하나가 되고 싶습니다.
저는 1980년대 산(産) 시인입니다. 그 시절 선배 시인들이 그랬듯이 저는 시로 질곡의 시대에 복무했습니다. 시인이 역사와 시대로부터 자유로워지고부터는 삼국유사의 현장인 감은사 터와 경주 남산을 자유롭게 떠돌았습니다.
그러다 5년 전 5월에 쓰러져 뇌종양진단을 받고 두 차례의 뇌수술을 받았습니다.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빈손이 되었을 때 제 주머니 속에 남은 것이 시였습니다. 그리고 다시 저를 받아준 것이 자연이었습니다. 시가 고맙고 자연이 고맙기에 저는 자연의 시인으로 남고 싶은 것입니다.
진실로 열망하는 상이 제게로 왔으니 머리 숙여 수상의 영광을 받습니다.
*수상자 정일근 시인 약력
1958년 경남 진해에서 태어나 경남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했다. 1985년 《한국일보》로 등단했으며, 시집 《바다가 보이는 교실》《유배지에서 보내는 편지》《그리운 곳으로 돌아보라》《처용의 도시》《경주 남산》《누구도 마침표를 찍지 못한다》 등이 있다. 시와시학 젊은 시인상을 수상했다. 중학교 1학년 2학기 국어교과서에 시 <바다가 보이는 교실>이 수록되어 있다.
둥근, 어머니의 두레밥상
정일근
모난 밥상을 볼 때마다 어머니의 두레판이 그립다.
고향 하늘에 떠오르는 한가위 보름달처럼
달이 뜨면 피어나는 달맞이꽃처럼
어머니의 두레판은 어머니가 피우시는 사랑의 꽃밭.
내 꽃밭에 앉는 사람 누군들 귀하지 않겠느냐,
식구들 모이는 날이면 어머니가 펼치시던 두레판.
둥글게 둥글게 제비새끼처럼 앉아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밥숟가락 높이 들고
골고루 나눠주시는 고기반찬 착하게 받아먹고 싶다.
세상의 밥상은 이전투구의 아수라장
한 끼 밥을 차지하기 위해
혹은 그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이미 날카로운 발톱을 가진 짐승으로 변해버렸다.
밥상에서 밀리면 벼랑으로 밀리는 정글의 법칙 속에서
나는 오랫동안 하이에나처럼 떠돌았다.
짐승처럼 썩은 고기를 먹기도 하고, 내가 살기 위해
남의 밥상을 엎어버렸을 때도 있었다.
이제는 돌아가 어머니의 둥근 두레판에 앉고 싶다.
어머니에게 두레는 모두를 귀히 여기는 사랑
귀히 여기는 것이 진정한 나눔이라 가르치는
어머니의 두레판에 지지배배 즐거운 제비새끼로 앉아
어머니의 사랑 두레먹고 싶다.
..........................................................
대상 수상작: 정일근 <둥근, 어머니의 두레밥상> 외 13편
문학사상사 주관 '소월시문학상 심사위원회'는 2003년 4월 7일 제18회 '소월시문학상' 대상 수상작으로 정일근 시인의 <둥근, 어머니의 두레밥상> 외 13편을 선정, 발표합니다.
작년도 가장 탁월한 시적 성취를 보여 준 작품들을 대상으로, 엄밀한 심사를 거친 결과, 따스하고 편안한 시적 매력과 치열한 시 정신이 돋보이면서도, 생명존중 사상과 평등정신, 그리고 사랑의 철학을 감동적이면서도 아름답게 시적으로 승화시켰다는 평가를 받으며, 정일근 시인의 작품이 영예의 대상 수상자로 선정된 것입니다.
특히 올해는, 소월시문학상 기수상시인 및 그동안 소월시문학상을 수상하지 않았으나, 빼어난 문학적 성취를 이룬 중진 및 원로 시인들의 탁월한 작품을 시상하기 위해 지난해에 제정된 특별상의 제1회 수상작으로는, 임영조 시인의 <오이도> 외를 선정했고, 대상과 같은 수준의 작품으로서 치열하게 경합을 벌인 끝에, 추천 우수작상 수상작으로 결정된 작품은 김선우 외 7명의 작품으로 아래와 같습니다.
*심사위원
김남조, 김성곤, 김재홍, 문정희, 오세영, 오탁번, 조정권
*특별상 수상작
임영조/ <오이도> 외
*추천 우수작상 수상자
김선우, 문인수, 배용제, 오태환, 이정록, 장석남, 정끝별, 최영철
*심사평
치열하고 따스하면서도, 특유의 개성이 돋보여
정일근 씨는 일상 좋은 작품을 써오면서 올해는 질량간에 풍성하여 수상자로 선정됨에 있어 별반 이론(異論)이 없었다. 그의 시는 치열함과 따스함을 지니면서 그밖에도 특유의 개성을 갖고 있다.-김남조(시인· 숙명여대 명예교수)
개성을 드러내면서, 낯선 것을 보여주는 시
나는 오늘의 우리 시단에 한 편의 감동을 주는 시를 읽고 싶다. 가장 보편적인 것 가운데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는, 친숙한 것 가운데 낯선 것을 보여주는 그러한 시 말이다. 다른 많은 좋은 시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중 정일근의 시를 추천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의 시가 다른 후보들의 시에 비해서 그러한 성격이 보다 강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오세영(시인·서울대 교수)
넉넉한 서정과 알뜰한 울림에 매료돼
정일근의 작품이 지니고 있는 넉넉한 서정과 우리 문학 특유의 율조가 지닌 알뜰한 울림에 매료되었다.( ) 정일근의 시는 아주 잘 읽힌다. 그만큼 소월이 우리 시문학사에 남긴 보편적 정서로 이룩한 현대시의 너비로서의 시적 영역과 잘 맞닿아 있다. -오탁번(시인, 고려대 교수)
따스함의 곁으로 끌어들이는 매력
정일근은 작년 한 해 가장 안정되게 풍작을 거둔 시인이다. 나는 그의 은현리 시편들에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저 모성(母性)!>도 좋은 작품이다. 정일근의 시는 따스함의 곁으로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다.-조정권(시인)
* 수상소감
저는 자연에서 시는 부처의 깨달음과 노자와 장자의 도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단지 깨달음이나 도는 말해질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시는 노래라는 차이가 있을 뿐, 자연 속에서는 그 모두가 하나입니다. 저는 시로 자연에서 자연과 하나가 되고 싶습니다.
저는 1980년대 산(産) 시인입니다. 그 시절 선배 시인들이 그랬듯이 저는 시로 질곡의 시대에 복무했습니다. 시인이 역사와 시대로부터 자유로워지고부터는 삼국유사의 현장인 감은사 터와 경주 남산을 자유롭게 떠돌았습니다.
그러다 5년 전 5월에 쓰러져 뇌종양진단을 받고 두 차례의 뇌수술을 받았습니다.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빈손이 되었을 때 제 주머니 속에 남은 것이 시였습니다. 그리고 다시 저를 받아준 것이 자연이었습니다. 시가 고맙고 자연이 고맙기에 저는 자연의 시인으로 남고 싶은 것입니다.
진실로 열망하는 상이 제게로 왔으니 머리 숙여 수상의 영광을 받습니다.
*수상자 정일근 시인 약력
1958년 경남 진해에서 태어나 경남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했다. 1985년 《한국일보》로 등단했으며, 시집 《바다가 보이는 교실》《유배지에서 보내는 편지》《그리운 곳으로 돌아보라》《처용의 도시》《경주 남산》《누구도 마침표를 찍지 못한다》 등이 있다. 시와시학 젊은 시인상을 수상했다. 중학교 1학년 2학기 국어교과서에 시 <바다가 보이는 교실>이 수록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