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리독서토론논술
2008. 1. 1. 21:55
동화 심사평]‘반전’ 없는 자연스러운 전개 주제 의식·문장 구성 돋보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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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등록 : 2007-12-30 오후 3:15: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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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를 쌓아두고 작품마다 한 장 또는 두 장씩 읽어나갔다.
원고지로 치면 5∼10매 분량이다.
한눈에 반한 작품은 없었다.
대신 10편 정도 뽑혀져 나왔다.
힘들게 쓴 작품을 다 읽지도 않았다며 책망할 수도 있지만 첫 문장에서, 첫 장에서 읽는 이의 마음을 빼앗지 못한 것으로 이미 커다란 흠이 될 것이다.
걸러진 작품은 꼼꼼히 읽어 다섯 편으로 좁혔다.
‘도마소리’(임지형)는 엄마의 죽음을 다뤘다.
주인공이 아픔을 스스로 극복하지 못하고 수동적인 모습만 보여주었던 게 가장 큰 흠이었다.
‘망와 속에 사는 꼭비’(장은영)는 판타지 작품이었다.
판타지는 다른 세상으로 진입할 때 독자도 두근거리며 함께 빨려들어 가야하는데, 비포장도로를 달리듯 덜컹, 거렸다.
‘게임기’(박정희)는 이야기의 얼개가 너무 단조롭고 모범답안지를 보고 있는 느낌이었다.
‘우물의 비밀(조주희)’은 설화에서 이야기를 끌어냈다.
흥미롭게 읽었는데 뒷심이 부족했다.
구체적으로 마지막에 불쑥 나타난 민석이가 문제해결의 주체가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고슴도치의 섬(김순아)’을 당선작으로 뽑았다.
이런저런 흠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다른 작품에 비해 문장이 탄탄했고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풀어냈다.
어려운 현실을 무리하게 전복시키려들지 않고 그 안에서 따뜻함을 찾아냈다.
무엇보다도 제목부터 다른 응모작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다란 의미를 담아냈다.
심사를 하면서 받은 전반적인 느낌은, 쓰기 전에 먼저 주제의식을 가져야겠다는 것이었다.
‘나는 왜 이 글을 쓰는데?’ 라는 질문, 한없이 강조하고 강조해도 부족할 것이다.
평생 글을 쓰기로 맘먹었다면 당선은 과정에 지나지 않는다.
응모자 모두 더욱 좋은 글쓰기를 바란다.
/김성범 ▲광주대 예술대학원 졸 ▲2001년 광주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제58회 아동문학평론 신인상(동시 부문), 제3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우수상 수상 ▲곡성 종합예술단체 ‘섬진강 도깨비마을’ 촌장 ▲‘숨쉬는 책, 무익조’ ‘비밀로 가득 찬 세상’ ‘도깨비 살’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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