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아동문학

제39회 세종문학상 심사평

한우리독서토론논술 2008. 4. 24. 21:09
제39회 세종아동문학상 심사 소감
편견 없는 소년의 눈으로 제주 4·3 사건의 진실 담아

본심 심사를 맡은 배익천(왼쪽)ㆍ김용희(가운데)ㆍ손동연(오른쪽) 선생이 예심을 거쳐 올라온 작품들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동화 작가 송재찬 선생의 창작 동화 ‘노래하며 우는 새’(우리교육 펴냄)를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이 작품은 1학년 입학 무렵부터 5학년 새봄까지 이르는 한 소년의 성장 과정을 통해 1948년 미군정 시대 제주도에서 일어난 4ㆍ3 사건을 정면으로 다룬 장편 동화(소년 소설)다. 한국 동화 문학에서 4ㆍ3 사건을 제재로 한 이야기도 드물지만, 이 작품이 4ㆍ3 사건의 실제 피해자였던 작가의 어린 시절 이야기라는 점에서 그 아픔의 무게를 더해 준다.

이 동화에는 두 개의 큰 이야기가 맞물려 주제를 드러낸다. 그 하나는 외갓집에 맡겨져 부모 없이 자라는 주인공의 사소한 일상적 이야기이고, 다른 하나는 기무르 하르방이라는 인물을 통해 주인공의 정체성과 4ㆍ3 사건의 진실을 담아 낸 역사적 이야기이다.

이 두 이야기의 결부는 중심 사건을 간접적으로 전달해 주어 이야기의 박진감을 떨어뜨리는 약점으로 작용하지만, 이야기의 진실을 드러내는 데 커다란 효과를 지닌다. 결국 이 작품에서 말을 안 들을 때마다 외할머니의 욕을 들어야 했던 주인공, 따돌림당하는 기무르 하르방, 감나무 옆에 파헤쳐진 빈 항아리 등이 작가가 우리에게 들려주고자 한 이야기의 핵심이다.

송재진(왼쪽)ㆍ노경실(오른쪽) 선생이 전형 위원과 출판사에서 추천한 후보 작품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예심을 보고 있다.

이 동화는 이 두 인물을 중심으로 이데올로기라는 헛된 이름 아래 자행된 4ㆍ3 사건이 얼마나 거짓되고, 또 그 상처가 얼마나 깊게 드리워져 있는가를 어린 아이의 맑은 눈으로 편견 없이 보여 준다.

따라서 이 작품은 잊혀져 가는 4ㆍ3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아무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은 작가 자신의 어린 시절을 진솔하게 이야기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자못 크다.

어쩌면 이 작품은 동화라기보다 아직도 우리 민족, 혹은 작가 개인의 가슴 속에 남아 있는 아픔을 숨김없이 털어놓은 고백담이라 할 수 있다. 거기에다 작가의 고향 언어인 투박한 제주도 방언을 그대로 살려 써서 향토성과 사실성을 동시에 얻고 있다.

/심사 위원=배익천ㆍ손동연ㆍ김용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