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아동문학

고리오영감

한우리독서토론논술 2008. 10. 20. 18:01

오노레 드 발자크


고리오 영감


발제자 임미리


  1. 들어가면서


 〈고리오 영감〉은 비판적 리얼리즘 문학의 시작으로 평가받는 작품으로서 놀라운 역사적 통찰력으로 역사의 방향을 미리 제시한 소설로 일컬어지고 있다. 다양한 자본주의적 인물군의 관계망 속에 부르주아 노인인 「고리오 영감」과  「오젠 드 라스티냐크」인 귀족 청년의 신분 상승적 욕구를 대비시켜 19세기 프랑스 사회상을 리얼하게 묘사하고 있다.

  이 작품은 19세기 프랑스 문학 중에서도 사실주의의 대표적인 작품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작품이 출판될 당시에는 예술적인 가치가 떨어지는 작품으로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문학사적으로 볼 때 한 시대의 시대상을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는 점이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작품의 시대상을 표현하기 위해 인물의 묘사에 주력했으며, 인물들이 주고받는 대화에는 어둡고 무겁던 시대의 시대상이 잘 투영되어 있으며 내면보다는 겉모습에 치중하고 허풍을 떠는 인물들을 잘 묘사했다. 의사소통의 장소로 활용되었던 살롱이나 무도회와 같은 장소에서 소문이나 평판은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상류층 문화에 ‘사교계’라는 것이 있어서 젊은 평민 청년들이 여성후원자를 만나 출세하기 위해 사교계에 진출하려고 하는 모습이 오젠 드 라스티냐크를 통해 리얼하게 묘사되고 있다.


2. 인물 탐구

 

  발자크는 당시 사회에 살고 있는 인간 전형을 그려내고 있다. 소설에 등장하는 한 사람의 인물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을 묘사하고 환경에서 그 특성을 밝혀나가고 있다. 여러 가지 가구들과 벽지까지도 자상하고 면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그 인물의 성격을 표현하기 위해 작중 인물의 직업을 자세하게 묘사했다. 작중 인물들에게 격렬한 정열이나 광기를 부여하고 예민한 관찰력에 바탕을 둔 상상력에 의해서 만들어진 인물에 강렬한 생명력을 불어 넣었다.

  이 작품의 테마는 수전노인 고리오 영감의 일방적인 부성애이고, 다른 하나는 라스티냐크를 통해서 파리라는 부패하고 위선적인 도시를 어떻게 들어내는가? 하는 이야기이다.

  고리오 영감은 프랑스 혁명이후 사회적인 혼란을 틈타 성장한 전형적인 벼락부자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모습은 더 이상 타고난 신분이 사회적 지위의 절대적인 척도가 될 수 없는 사회적 환경을 간접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돈만 있으면 어느 정도 사회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고 경제와 돈이 사회의 중추적인 힘의 바탕이 되었다. 그 시대에 대한 정확한 묘사를 고리오라는 한 인물의 과거를 통해 매우 정확하고 축약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자신이 모은 재산의 정당성에 대한 자각이나 반성이 없이 오로지 돈과 딸들에 대한 배타적인 사랑으로 가득찬 고리오 영감의 모습은 프랑스 사회의 근대적인 모습이 결코 균형적인 발전이 아니었음을 시사해주고 있다.

  고리오 영감은 일찍 아내를 여의고 두 딸의 행복을 빌면서 재혼도 하지 않고 철저히 자신을 희생하며 살아왔다. 딸들은 결혼 후 배은망덕과 끊임없는 자신들의 허영을 위해 고리오 영감에게 돈을 요구하는 상황을 맞게 된다. 고리오 영감의 몰락과정은 그가 하숙비로 내는 금액을 줄여가는 과정을 낱낱이 알려줌으로서 드러나고 있다. 하숙비와 함께 하숙방의 층수도 매우 깊은 관련이 있어서 층수가 올라갈수록 하숙비가 저렴하다. 딸들을 위해서는 자신의 몸까지도 내놓을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자신을 위해서는 약값조차도 아까워하는 사람이다. 이러한 생각들이 고리오 영감의 몰락을 더 빨리 오게 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결국에는 병이 들어 초라하게 죽음을 맞이하게 되고 두 딸들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고리오 영감의 두 딸은 자신들의 신분상승을 위해 철저하게 아버지의 부를 이용하고 병든 아버지에 대해 냉담하다. 사교계에 진출하기 위해 온갖 추잡한 짓을 하고 화려하고 허영에 찬 생활을 포기하지 않는다. 싸구려 하숙집과 두 딸들의 집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화려하다. 그 허영과 사치가 결국에는 자신들을 몰락의 길로 몰고 간다. 벼락부자가 된 아버지를 부끄러워하고 사위들도 마찬가지로 돈이 있을 때만 장인 대접을 해 주는 파렴치한이라고 보면 된다. 두 딸의 허영과 사치가 엄청난 지참금마저 소멸시키고 빈털터리가 되어 아버지의 임종도 지켜보지 못하고 죽어서도 관을 살 돈도 수의를 살 돈도 없었으며 편안히 잠들지 못하게 하고 만다. 두 딸이 아버지를 내버리고 죽어버리기를 바라는 것보다 더 무서운 일도 없다. 두 자매간의 경쟁심이 결국은 고리오 영감을 죽게 만든 것이나 다름없다.

  라스티냐크는 공부를 위해 파리에 왔으나 상류 사회생활을 접하면서 사교계를 통한 출세를 결심하는 행동이 서술되어 있다. 라스티냐크는 강의에 나가지만 출석을 체크하고 나오는 어긋나는 삶의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사교계에 진출하는 궁리 때문에 공부가 뒷전으로 밀려나갔으며 사교계를 통해 출세할 길을 찾는다.

  학생 신분인 라스티냐크가 점점 사회에 물들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이글에서 보여지 듯, 당시 상류사회에서는 결혼과 관계없는 연인관계가 유행처럼 번져 있었으며 오히려 그것이 그들의 명예를 높여준다는 생각이 만연해 있었음을 볼 수 있다. 그 연인관계에는 역시 미모와 함께 권세와 돈이 중요한 잣대로 작용하고 있었으니 이들의 사랑조차도 진실성이 없었음을 밝히고 있다.

  지방의 가난한 귀족의 후손으로 화려한 상류사회를 동경하며 파리의 사교계에 진출하고자 후원자가 될 여성을 물색하는 야심가이며, 대표적인 출세주의자이다. 출세의 상향의지가 매우 강하며 야심이 큰 젊은이다. 그에게는 가난하지만 귀족 출신으로 자기에게 헌신적인 어머니와 두 누이가 있다. 라스티냐크는 사회에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 사회에 흡수되어 자기 스스로 그 사회에 통합된다. 라스티냐크는 출세주의의 사회 속에 있으면서 사회를 고발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보세앙 부인은 라스티냐크를 사교계로 입문시키는 인물이다. 라스티냐크가 출세욕을 늘리고 저명인사가 되기를 갈망하면서 백모가 소개해준 사람이다. 보세앙 자작 부인에게 접근하는데 성공만 하면 자작 부인이 다른 친척들을 소개해 줄 것이라고 말했으며 보세앙 부인에게 백모의 편지를 보여줌으로써 보세앙 부인은 사교계의 발판이 되어주는 사촌이다.

  보트랭은 탈옥수로 시골출신의 가난한 청년 귀족 라스티냐크의 사회적 출세를 위한 야심을 드러내며 기성사회에 대한 통렬한 비판과 풍자로 노골적으로 라스티냐크를 유혹하고 있다. 출세를 위한 원칙이란 결코 없으며 단지 사건들만 존재하고, 벌률이란 없으며 오로지 상황만이 있을 뿐이라고 한다. 뛰어난 사람은 사건과 상황에 순응해서 그것을 조종하는 법이라고 한다. 출세만이 미덕이라며 라스티냐크를 유혹하는 인물이다.

또한 파리 상류사회의 쇠퇴와 서민층의 생기가 대비되어 묘사되고 있다. 귀족들의 사랑과 위선이 리얼하게 드러내 보이고 있다고 해야겠다.


3. 의미

  

  발자크는 그의 소설이 당시의 프랑스 사회 전체를 이해하는 도구가 되게 하겠다는 원대한 계획을 실현한 것 같지는 않다. 다만 사회의 여러 계급출신의 남녀 주인공들을 다양하게 등장시켜 인간의 정열과 약점을 폭넓게 보여주고 있다.

  논리 정연한 줄거리와 전개, 일관성 있는 등장인물 등을 특징으로 하는 전통 고전소설의 기법을 확립한 소설가로 인정받는다. 놀라운 관찰력과 사진을 보고 있는 것 같이 생생한 묘사로 동시대 사람들의 계급적 신분과 직업을 정확하게 묘사했다고 하겠다. 〈보케르 집〉으로 알려진 하숙집을 배경으로 한 소설로써 부패한 사회속의 맹목적이고 불행한 고리오 영감의 부성애와 라스티냐크라는 주인공을 통해 파리라는 부패하고 위선적인 도시가 어떻게 악에 빠져드는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출세의 노예가 되어 어떻게 파멸되는 것인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고리오 영감의 장례를 치러주고 그의 유해를 묘지에 매장하면서 라스티냐크는 청춘의 마지막 눈물을 묻고 파리를 향하여 사회에 도전하는 의미심장한 첫걸음을 내 딛는다.




4. 결론


   발자크는 당대의 사회를 대표하는 문학계의 〈나폴레옹〉이 되려고 했다. 그는 당대의 어느 작가보다도 〈시대정신〉에 철저했던 소설가이다. 그는 자신의 눈앞에 버티고 있는 시대, 그 속에서 서로 비벼대며 살아가는 동시대 사람들에게만 관심을 기울였다.

  이 작품은 19세기 프랑스 자본주의의 과정에서 드러나는 “돈”의 문제를 하숙집이라는 공간 속에서 집약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당대 프랑스 사회의 특징을 드러낼 수 있는 인물을 하숙집으로 끌어들임으로써 프랑스 사회의 양상을 단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사실주의로 현실에 대한 참다운 반영을 담고 있다. 작품에서 주목할 것은 역시 “돈”의 논리이다. 돈은 모든 인물들을 지배하여 가족관계도 왜곡시킨다. 이러한 내용은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돈의 위력과 그에 따른 문제점을 시사해준다.  금전 만능사회에 대한 고발과 풍자소설이기도 하다.

  다만 고리오 영감의 부성애는 여느 아버지의 부성애와는 다르고 특별하다고 할 수 있다. 그의 삶과 죽음은 온통 딸에 대한 애정으로 가득 차 있다.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은 국가를 초월해서 똑 같은 것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좀 더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고리오 영감은 딸을 통해 신분상승을 꿈꾸고 있다. 죽어서라도 신분상승이 되기를 꿈꾸고 있다고 보야겠다.

  고리오 영감의 비극은 우리가 살고 있는 한국의 사회 속에서도 충분히 발견할 수 있는 익숙한 모습이다. 자식들에게 안락하고 미래의 보장된 삶을 주기 위한다는 명목으로 자신들의 삶은 철저하게 포기한 채 살아가는 우리나라의 기러기 아빠들의 모습은 미래의 고리오 영감과 다르지 않을 것 같다.

  가족이란 어려울수록 서로 부대끼며 안아주고 위로해주면서 살아가야 끈끈한 정이 든다. 오랫동안 멀리 떨어져서 자식들 뒷바라지에 늙어가는 우리나라의 기러기 아빠도 어쩌면 자식들을 통해서 대리만족을 취하려하고, 결국은 자식을 통한 신분상승을 꿈꾸며 현재의 위치를 더 굳건히 지키려고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고리오 영감은 죽어가면서 라스티냐크에게 말한다. 「결코 자식을 낳지 말게! 자넨 자식들에게 생명을 주지만, 그 애들은 자네에게 죽음을 줄 거야.」 아나스타지와 델핀이 오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믿지 못하는 고리오 영감의 기대가 산산이 부서지면서 결국 두 딸도 몰락을 맞이하게 된다. 돈으로 신분상승을 꿈꾸었지만 빗나간 사랑은 도덕적인 타락만을 가져오게 되고, 결국 불행의 올가미를 뒤집어쓰게 된다.

  1835년에 발표된 작품이지만 20세기 후반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도 결코 뒤지지 않는 작품으로 볼 수 있다. 아버지로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자식의 버림을 받아야 하는 고리오 영감의 비극은 우리 현대인들에게도 해당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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