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아동문학

2009조선일보 신춘문예 동시

한우리독서토론논술 2009. 1. 2. 21:31

[신춘문예 동시 부분- 당선작] 기분좋은 날 - 이수경
 
 


4교시 체육시간에 이어달리기 하다가

옆에 뛰던 현태 발에 걸려 넘어지면서

무릎에 불등걸 철썩 붙는 것 같더니

슬며시 번져 나오던 피가 비명을 지르네

새파랗게 놀라 운동장에 털퍼덕 앉았는데

“어머, 어머, 어떡해”

여자애들이 우르르 몰려오고

배꽃 같은 선생님이 하얗게 달려오고


“수리수리 마하수리 호리호리 퐁퐁 얍

이제 마법 걸려서 하나도 안 아프다”

부반장 장효진, 내 무릎에 마법 걸고

“업혀, 어서 업혀, 양호실 얼른 가자”

맑은 향내 솔솔 나는 선생님 등 주시고

내가 좋아하는 송채원이 눈물 훔치고

영윤이 손바닥으로 부채질 해주고

다해가 물 떠와서 조심조심 먹여 주고

윤지가 헐레벌떡 약 상자 가져 오니

“야, 고것 다치고 아주 황제다 황제”

저만치서 권민호가 부러운 듯 외치는데

다치고 기분 좋아보긴 난생 처음이었다

 

 

[신춘문예 동시 부분- 심사평] '애송동시' 영향 무려 1456편이나 응모
이준관·아동문학가
 

‘한국인의 애송동시’를 조선일보에서 연재한 영향을 받아서인지 응모작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무려 1456편이나 되는 많은 응모작들을 보면서 동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응모 편수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표현 기법이 세련된, 수준 높은 작품이 많았다. 응모작들을 꼼꼼히 읽고 신혜정, 정성수, 김경련, 정가람, 이상근, 이상협, 문신, 김영, 이수경의 작품을 가려냈다.

그 가운데 다시 검토를 거듭하여 다섯 사람의 작품을 골라냈다. 이상근의 ‘설거지’는 깔끔하게 완성되긴 했으나 참신성이 떨어졌다. 이상협의 ‘조율’은 메시지는 분명하지만 너무 관념적이었다. 문신의 ‘쬐끄만 게’는 중의적 표현의 묘미를 잘 살려 동심을 절묘하게 표현한 좋은 작품이었으나 너무 소품이었다. 김영의 ‘외할머니 밥상’은 외할머니의 뜨거운 사랑이 가슴 뭉클한 감동을 주었지만 함께 보내온 작품의 수준이 약했다. 이수경의 ‘기분 좋은 날’은 산문적인 면이 걸리긴 했지만 아이들의 따뜻한 마음결이 녹아 있는 건강한 동심을 재미있고 자연스럽게 그려낸 점이 좋았다.

어려울 때 서로 위로해 주는 따스한 동심을 진솔하게 표현한 동시로서 그 흐뭇한 동심이 절로 미소를 짓게 하는 가슴 훈훈한 작품이었다. 함께 보내온 다른 작품들도 재미와 동심의 여운을 주는 수준작이라서 역량에 신뢰가 갔다. 단 한 명을 뽑아야 하기 때문에 떨어뜨릴 수밖에 없었던 많은 응모자들에게 미안함과 함께 격려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