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책 이야기

아파트 도서실

한우리독서토론논술 2009. 1. 31. 01:27

주민들이 꾸려가는 아파트 도서실

전주 서신동 e-편한세상...책 기증으로 2000권 모아

작성 : 2007-09-02 오후 6:43:32 / 수정 : 2007-09-02 오후 8:11:00

이문심(desk@jjan.kr)

전주 e-편한세상 아파트 아이들은 주민들이 마련한 도서실에 모여 함께 공부하고 책도 읽으며 방과후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 아무리 에덴 동산이라도 가꾸지 않으면 풀밭이 되어 버리는 것 처럼 도서관도 주민의 손길이 닿지 않으면 잘 찾지 않는 곳이 되고 말겁니다."

지난 6월부터 주민들과 아파트 단지 안에 도서실을 운영하고 있는 서신동 e-편한세상 아파트 입주자 대표 김희엽씨(41· 의사)가 도서관 자율운영에 나선 이유다.

12명의 주민들이 자원봉사로 관리하는 이곳은 저녁 7시부터 9시30분까지 문을 연다. 하루 평균 이용객은 40여명. 물론 주민과 아이들이다.

입소문을 듣고 기자가 도서관을 찾은 지난달 29일 저녁, 비가 오는 시간이었지만 20여명 아이들이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고 있었다.

책장엔 신간과 베스트셀러가 종류별로 잘 정리되어 있고 칸막이가 되어 있는 책상이나 의자도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다. 만화나 동화 등 어린이 책은 물론, 인문사회·역사문화·사회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류의 책들이 눈에 띄었다. 도서실을 관리하는 주민들의 애정과 관심이 느껴졌다.

이 도서관에 소장된 책은 2천여권. 회사 측에서 주민들이 요청한 1,000권을 기증해주었고, 주민들이 기증운동을 벌여 1,000권의 책을 모았다. 도서 모으기는 계속 진행할 계획.

입주 초기인데도 이런 일들이 일사천리로 진행될 수 있었던 것은 김대표가 인터넷상에 입주자 까페를 열고 활발한 활동을 해온 덕분이다.

처음엔 아파트 건축과 관련한 의견을 주로 올렸지만 점점 주민 스스로 이웃사촌 문화를 만들기 위한 토론의 장으로 확대되면서 각종 아이디어가 제안되는 등 실질적인 공동체문화의 기반이 마련됐다.

"도서 대여를 위한 바코드 전산화 작업과 유아들을 위한 교육놀이공간을 만들어 많은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게할 계획"이라는 김대표의 가장 큰 과제는 개방시간을 확대하는 것. 지금은 자신을 비롯한 대부분의 자원봉사 주민들이 직장과 가사일로 많은 시간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개방시간이 한정되어 있다.

"도서실이라는 공간에서 아이들을 이어주는 프로그램이나 인접한 전주천의 자연환경을 이용한 프로그램도 운영할 수 있는 상근자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김대표는 "시가 큰 예산을 들여 도서관을 신축하는 것보다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드는 도서실에 대한 지원을 모색하는 사회적 서비스를 강화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웃 간의 정이나 주민 스스로 만드는 공동체 문화보다 아파트 값이 얼마나 오를 것인가가 아파트 선택의 기준이 되는 세상 속에서 이웃사촌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이 돋보인다.

휘발성 강한 새집 냄새 대신 이웃 간의 따뜻한 정이 넘치는 도서실 창문 너머를 보니 전주천과 삼천이 만나 한 몸이 되어 흐른다.

/이문심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