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회 푸른문학상 ‘새로운 작가상’ 심사 소감>
황 수 대
중·단편동화와 단편 청소년소설을 공모한 이번 '새로운 작가상' 부문에는 200편이 훨씬 넘는 작품들이 접수되었을 뿐만 아니라 그 어느 때보다 뛰어난 작품들이 많았다. 예심을 통과해 본심에 오른 작품은 모두 11편이었다. 그 가운데 우선 다른 작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준이 낮게 평가된 4편을 탈락시키고, 최종적으로 논의된 작품은 7편이었다. 이들 작품은 개성이나 수준, 작가적 역량이 서로 엇비슷해서 막상 수상작을 선택하기가 쉽지 않았다. 어느 작품을 수상작으로 선정해도 무난할 만큼 저마다 장점을 지니고 있어 우열을 가리기가 몹시 어려웠다. 그래서 오랜 고민 끝에 5편의 작품을 공동 수상작으로 내기로 결정했다.
수상작인 박현경의 「벌레」는 문장 구사력과 이야기를 풀어가는 솜씨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자기 때문에 애완견이 죽었다며 말문을 닫아버린 재원이와 아르바이트로 그런 재원이의 말동무가 된 동식이. 그 둘 사이의 팽팽한 신경전과 갈등의 해소 과정이 무리가 없고, 특히 결말 부분에서 동식이가 ‘벌레’로 상징되는 재원이의 죄책감을 해결해 주는 장면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수상작인 김다미의 「동생 만들기 대작전」은 주인공 윤지가 텔레비전에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아이들을 후원하고 있는 한 부부의 모습을 보고, 자신도 그와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바람을 이웃집에 사는 지우를 통해 실현해 가는 훈훈한 이야기이다. 이 작품은 동화문학의 특성 즉, 문학적 완결성은 물론 재미와 삶을 바라보는 건강한 시각 등을 두루 갖추고 있는 점이 가장 큰 미덕으로 다가왔다.
수상작인 류 은의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자장면」은 버림받은 강아지 뭉치를 둘러싼 주인공 지수와 욕쟁이 할아버지의 갈등과 화해를 통해 오늘날 소외 문제를 다루고 있다. 특히 이 작품은 욕쟁이 할아버지의 캐릭터가 아주 잘 살아 있을 뿐만 아니라 구성이 탄탄한 것이 장점이다. 비록 화려한 문장을 구사하지는 않지만 아기자기하게 이야기를 풀어 내는 힘이 이미 상당한 수준에 올라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수상작인 문성희의 「푸른 목각 인형」은 비록 익숙한 소재이긴 하지만 건실한 문장력과 사건 전개, 주인공의 심리 묘사가 뛰어난 작품이다. 오로지 시험 성적에만 집착하는 엄마와 그에 따른 심리적 압박감으로 틱 장애를 보이는 유진. 제목인 ‘푸른 목각 인형’은 마치 꼭두각시처럼 엄마에 의해 조종당하는 유진의 삶을 가리키는 장치인데, 이 작품은 요즘 아이들이 처한 암울한 현실을 실감나게 보여 주고 있다.
수상작인 이여원의 「지폐, 수의를 입다」는 치매 노인에 관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처럼 심각한 문제를 다루면서도 전혀 침울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치매 노인을 둔 가족의 애환을 끝까지 놓치지 않고 있는데, 이것은 작가가 사건에 매몰되지 않고 적당한 거리두기에 성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비슷한 내용의 다른 작품과는 사뭇 다른 경지를 보여 주고 있다.
문학상의 수상은 분명 영광스러운 일이지만 그와 더불어 상당한 심적 부담이 뒤따르는 일이다. 왜냐하면 등단 이후에는 이전보다 더 수준 높은 작품을 보여 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늘 자신을 괴롭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와 같은 시련을 극복하지 않고서는 결코 훌륭한 작가의 반열에 오를 수 없다. 따라서 이번 수상자들은 현재 자신의 모습에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해서 더 좋은 작품을 많이 생산해 주길 바란다.
이번에 본심 대상작에 올랐다가 탈락하긴 했지만 정소영의 「나의 로즈」, 최은경의 「마주보며 밥 먹기」는 이미 상당한 수준을 지니고 있었다. 다만 이들 작품들은 다른 수상작들과의 상대평가에서 간발의 차이로 밀려 안타깝게도 수상작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본인들로서는 다소 서운한 감정을 떨쳐내기가 힘들겠지만, 좀 더 노력해서 다음 기회를 기약한다면 곧 좋은 결실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심사위원>
문영숙(작가)
황수대(아동청소년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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