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독서감상문

카펫을 짜는 아이들

한우리독서토론논술 2009. 9. 9. 13:22


"희망을 잃은 아이들"

도서명 : 카펫을 짜는 아이들(도서출판 청년사)
서울 계성초등학교 6학년 백지원
「카펫을 짜는 아이들」이라는 제목을 보면서 문득 떠오르는 장면이 있었다. 내가 2학년 때 엄마와 함께 이집트에서 본 불쌍한 아이들. 이집트에서 생산되는 화려하고 아름다운 카펫을 만드는 수공예장이라고 해서, 난 아름다운 작업실과 정돈된 공간을 상상하며 따라갔다.
그러나 예상과는 다르게 그곳의 방은 어두컴컴하고 공기도 매우 탁할 뿐만 아니라, 위생상태도 좋지 않아 보이는 골방이었다. 그곳에는 겨우 내 나이 또래가 되었을 것 같은 아이 7명 정도가 매우 지치고 무표정한 얼굴로 카펫을 짜고 있었다. 고요하고 어두운 곳에서 보이는 것이라고는 초점 없는 아이들의 눈동자와 빠른 손놀림뿐이었다.


안내하는 사람의 말에 따르면, 그 아이들은 어린 나이인데도 매일 학교가 끝나면 카펫 공장을 찾아와 컴컴한 밤까지 일을 하는 대신에 겨우 학교에 내야 하는 돈의 절반을 보조받는다고 했다. 그런 아이들의 삶은 어떠할까? 그 아이들의 마음을 상상조차 하지 못한 채 나는 여행의 즐거움에 빠져 다음 여행지로 이동해 버렸다. 그러나 이 책을 읽은 후 나는 그때의 의문점을 다시 한 번 떠올리게 되었다.

카펫을 짜는 아이들은 두 가지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첫 번째 이야기는 카펫 공장에 팔려간 네메쿠의 이야기고, 두 번째는 도망가다 붙잡혀 쇠사슬로 맞은 라조우의 이야기와 건강한 아이를 낳고 싶었지만 어릴 때부터 카펫 공장에서 일을 해 척추가 휘는 바람에 아기와 함께 죽은 카이예의 이야기이다.

 각기 다른 이야기 같지만, 네메쿠와 라조우, 카이예는 모두 다 카펫 공장에서 꿈을 잃어버리고 희생된 아이들이다. 카펫 공장, 그곳은 지옥보다도 못한 곳이다.     
일을 한 만큼의 대가도 제대로 지불하지 않은 채, 어른들이 아이들을 동물처럼 사육하며 착취하는 곳이다.
보호받아야 할 어린 아이들이 짐승 같은 취급을 받으며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곳에서, 아이들의 눈물과 고통, 한숨은 아름다운 카펫의 꽃이 되고 구름이 되어 비싼 값에 전 세계로 팔려나가고 있다. 사람들은 카펫의 아름다움에 눈이 팔려 탄성을 자아내지만, 그 속에 담긴 아이들의 고통 어린 비명과 신음 소리는 듣지 못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하루 종일 컴컴한 방에서 카펫을 만들며 목숨을 이어간다. 이런 아이들의 마음속에는 희망이 남아 있을까?
네메쿠도 라조우도 내 동생 승원이의 나이 또래다. 초등학교 2~4학년이면 엄마 앞에서 재롱을 부리고, 가지고 싶은 장난감을 사달라고 조르고, 먹고 싶은 음식을 배부를 때까지 먹으며 어른들의 사랑을 받을 나이이다.
그런 아이들이 희망을 잃어버린 채 어른들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희생당하는 모습이 무척 가슴 아팠다. 게다가 내가 이집트에서 보았던 아이들은 학교라도 다닐 수 있었다. 가난한 생활에서도 학교에 다니기 위해 카펫 공장을 찾아와 학비를 버는 아이들이었기 때문이다. 그 아이들은 어른이 됐을 때 더 나은 삶을 살고, 자신의 아이들에게 고통을 대물림하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이라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책 속의 아이들은 노예처럼 어른들에게 붙잡혀 있으며, 잠을 잘 때조차 도망가지 못하도록 자루 속에 들어가 목을 서로 묶고 있다. 그 아이들의 꿈도 꼼짝없이 카펫 공장에 묶이고 만 것이다. 그 아이들은 어른이 되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다고 해도, 결국 그들은 네메쿠의 아버지처럼 가난 때문에 또다시 자신의 아이를 카펫 공장에 팔아야 할지도 모른다. 가난과 고통이 대물림되는 것이다.
이렇게 꿈과 희망을 잃어버린 아이들은 '마당을 나온 암탉'의 양계장 닭들처럼 자신의 꿈을 포기한 채 그런 고통을 운명으로 받아들이며 죽을 날만을 기다릴 것이다. 이런 비극은 모두 어른들의 이기심에서 불어나는 것이다. 그러나 꿈을 가질 수 있는 아이들을 억압하는 것은 양계장의 철조망이나 다름없다.
지금도 전 세계 커피 농장, 사탕수수 농장, 카펫 공장에서는 많은 아이들이 희생되고 있다. '어린 아이들은 그 나라의 희망'이라고 한다. 그들의 희망인, 또한 우리의 희망인 아이들의 초점 없는 눈에 생기가 돌도록, 무표정한 아이들의 얼굴에 밝은 미소가 떠오를 수 있도록 전 세계 사람들이 애정과 관심을 가진다면, 보다 살기 좋은 지구촌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