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림: 「물고기와 함께한 탈출」 중에서 |
얼마전 뉴스에서 산에서 내려 온 멧돼지에게 물려 죽은 한 할아버지의 소식을 듣고 너무 놀랐던 기억이 있다. 친구들과 그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는데 모두들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그런 맹수들을 쏴 죽여야 마땅하다고 했다. 아니면 전부 잡아 동물원에 가둬 버려야 한다는 의견이 분분했다. 나도 그래야 마땅하다고 얘기를 했지만 한편으로는 우리가 너무 사람들의 생명만 소중히 여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 생각을 하던 참에 나는 「물고기와 함께한 탈출」이라는 낯선 제목의 책을 읽게 됐다. 이 책 표지에는 전쟁터처럼 보이는 황량한 곳에서 사람들은 정신없이 도망을 치고 있었고 물고기가 담긴 물병이 아무렇게나 내던져져 있었다. 과연 주인공은 그 무서운 전쟁터에서 물고기와 함께 탈출을 할 수 있었을까 궁금해졌다.
주인공 타이거는 부모님과 함께 곧 전쟁이 터질 장소를 떠나 국경을 넘기 위해 긴 모험을 떠난다. 자신이 구해주고 싶은 물고기 한 마리와 함께. 타이거 부모님은 국제 구호원이다. 자신의 나라보다 훨씬 못사는, 기근ㆍ기아로 문제가 많은 나라에서 힘들게 살고 있는 사람들을 도와주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 이 나라에서 전쟁이 터진다고 했다. 바로 타이거가 사는 장소에서 말이다. 마침 웅덩이에서 물고기를 발견한 타이거는 웅덩이의 물이 말라 물고기가 죽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물고기를 작은 냄비에 담아 전쟁으로 아내와 아이들을 잃은 가이드 아저씨와 함께 당나귀에 짐을 싣고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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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은 그리 순탄치만은 않았다. 중간 중간마다 진흙탕을 건너야 했고 모래바람이 불어 고생도 했다. 그때마다 물고기가 담긴 냄비를 타이거는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당나귀가 낭떠러지로 떨어지려고 할 때에는 온 가족이 짐도 버리고 구출해낸다. 결국 국경을 넘으려는데 그것마저 군인들에게 거절당한다. 할 수 없이 길을 바꿔 다른 쪽 국경으로 갔는데 이번에는 친절한 군인이 타이거네 가족도 넘어가게 해 주고, 물고기도 인근 강가에 흘려보내 준다고 해서 결국 이 기나긴 모험은 끝이 난다.
전쟁이 금방 터지려는 순간에 타이거는 낮에 본 은백색 물고기 한 마리를 구출하려고 했다. 나라면 내가 무척 아끼는 물건들을 챙기는데 열중일 텐데 타이거는 무슨 생각으로 물고기를 떠올렸는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물고기 한 마리가 타이거에게는 무슨 의미였을까? 진흙탕을 빠져나가야만 했을 때는 그깟 물고기 한 마리를 구하기 위해 아빠와 타이거 둘 다 위험에 빠지기도 했다. 나는 그 때 상황에서 타이거의 고집이 안타깝기조차 했다. 게다가 짐을 싣고 가던 당나귀가 낭떠러지로 떨어질 위험에 처했을 때는 타이거네 가족들 모두가 당나귀를 구하기 위해 짐을 다 내던져 버렸고, 나는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았다. 자신이 태어난 나라가 아닌 기근과 기아에 시달리던 불우한 나라의 사람들을 돕던 부모님을 보며 자라난 타이거는 작은 물고기 한 마리의 생명조차도 소중하다는 것을 어린 나이부터 깨닫고 있었던 것이다.
사람에게 피해를 준 멧돼지쯤은 죽여 마땅하다고 여기고 있었던 우리들은 중요한 것을 잊고 있었다. 우리 주변의 동식물들 목숨을 하찮게 여기면서 나 자신만의 행복을 얻으려 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산에서 내려와 사람들을 다치게 하는 멧돼지가 산 속에서 먹이를 구해 먹으며 살 수 있고, 타이거가 구해준 그 은백색의 물고기 한 마리가 넓은 강물로 헤엄쳐 나아가 자유롭고 평화롭게 살 수 있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도 진정으로 평화로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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