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이야! 호수공원에 가려고 하는데 같이 갈래?"
"환이야, 할머니는 환이가 롤러브레이드 타는 모습이 제일 멋있더라. 롤러브레이드 타고 같이 가자."
"할머니, 숙제가 많아서 숙제해야 되요."
"호수공원 갔다 와서 할머니가 도와 줄 테니까 가자."
"할머니는 모르는 숙제에요."
"그럼 내일 마두공원에 같이 가자."
나는 사실 컴퓨터 게임보다 롤러브레이드 타는 것을 더 좋아한다. 그것도 호수공원을 씽씽 달리면서 타는 기분은 구름 위를 날아가는 것 같이 환상인데…. 숙제는 핑계였다. 휠체어를 타신 할머니와 함께 나가기가 싫어서였다. 할머니와 같이 나갔다가 친구들이라도 만나면 친구들의 놀림감이 될 것이 뻔하기 때문에 할머니와의 산책을 포기했다.
제이크는 갑자기 알츠하이머병에 걸리셔서 말도 하지 못하시고 행동도 불편하신 할아버지를 위해서 아침부터 세수하고, 옷 입고, 밥 먹는 것까지 도와 드리고, 학교가 끝나자마자 집으로 돌아와 할아버지를 돌봐 드렸다.
그런데 나는 휠체어 타신 할머니를 친구들이 보고 "너희 할머니는 장애자지!"라고 놀릴까봐 할머니와의 산책도 하지 않았다. 할머니께서 용돈 주시는 것은 날름날름 잘도 받았으면서 할머니를 창피하게 생각했으니 나는 정말 나쁜 아이다.
제이크도 학교가 끝나면 친구들과 놀고 싶기도 했을 것이다. 그런데 2년 동안 할아버지를 돌보아 드렸다니 정말 대단하다.
사실 제이크도 친구들을 집에 데리고 와서 놀 때 할아버지께서 이상한 행동을 하실까봐 문을 잠그기도 했다. 나처럼 친구들이 할아버지를 볼까봐 자리를 피하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할머니를 부끄러워했던 행동과 비교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니다.
제이크는 계속 할아버지와 함께 사니, 힘들 때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 그런 행동은 당연하다.
할아버지께 잘못을 하면 꼭 제이크는 "미안해요, 할아버지"라고 수없이 사과했다.
나는 할머니와 함께 산 것도 아니고 1년에 몇 번 우리 집에 오시는 건데도 그것을 부끄러워하면서 빨리 할머니께서 집으로 가셨으면 했고, 돌아가실 때까지 잘못했다고 말씀드리지 못했다.
"할머니께서 하늘나라에 가셨다."
저녁을 먹다가 아빠의 전화를 받고, 엉엉 울기만 했다.
누구나 나이를 먹으면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고,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수도 있다. 제이크의 친구들도 제이크가 할아버지께서 알츠하이머병에 걸리셨다고 설명을 했는데도 할아버지를 "변태"라고 놀리고, 제이크도 놀렸다. 자신들의 할아버지도 이런 병에 걸리실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친구를 놀리는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다.
할머니께서 돌아가시고 지금 할아버지 혼자 살고 계신데, 만약에 할아버지께서 아프시다면 우리 집으로 모시고 와서 나도 제이크처럼 할아버지를 돌보아 드릴 것이다. 학교가 끝나면 집으로 달려와 다리도 주물러 드리고, 왼발 오른발 걸음마 연습도 시켜 드릴 것이다. 그리고 기억력이 다시 살아나실 수 있도록 한자와 영어도 가르쳐 드릴 것이다. 그리고 책도 읽어 드릴 것이다. 내가 가장 바라는 것은 할아버지께서 아프지 않으시는 것이다. 그러니 할아버지께서 알츠하이머병에 걸리지 않으시게 전화도 자주 드리고, 자주 찾아가서 항상 할아버지를 웃게 해 드릴 것이다. |